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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한다는 것. 국내 기후 변화 논의에서 내가 종종 느끼는 부끄러움을 이 젊은이가 잘 언급한다.

국내외의 사회 유명인들이 기후 위기를 말하고 수치를 들어가면서 인류가 얼마나 위기에 있는지 강조하면, 듣는 이들은 감명 받고 정말 좋은 강연이었다며 흩어진다. 그런 강연에 오는 이는 이미 그런 문제 의식이 있는 이들이다.

흔히 보듯이 위기를 강조해 인기나 지지를 얻는 것, 정치나 사회활동에서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 대표적 전략 중의 하나다. 선의를 지닌 이들을 감동 내지 선동하기 좋기 때문이다.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그런 짓을 하게 될 것 같아 삼가고 있는입장에서 더 이상 행동이나 활동없이 기후 운운하며 위기 장사하기보다는 이런 젊은이의 살아있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동시에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이유다.

다행히 일부 활동가들이 열심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있어서 여전히 악역을 연출하는 나라 아닌가.

© 제공: 한겨레

“지구의 가장 위대한 변호인”

지난해 9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그레타 툰베리를 이렇게 추켜세웠다. 미국을 찾은 툰베리를 만난 직후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말대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이자 대표적 환경운동가로 떠올랐다.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잠잠해진 기후위기 담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18년 학교에 가지 않는 ‘결석 시위’를 시작해 각국으로 확산시킨 그는, 새로운 환경운동을 ‘하드캐리’(실력자가 게임을 승리로 이끈다는 뜻)하고 있다. 수백만명의 팔로어(트위터 420만명, 인스타그램 1050만명)가 있고, 담당 미디어팀이 따로 있는 세계적 ‘셀럽’(유명인)이기도 하다. 지난 16일에는 툰베리의 활동과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아이 엠 그레타]가 개봉돼 국가별로 순차 상영을 시작했다.

© 제공: 한겨레

툰베리는 기후위기 문제는 엄중한 데 비해, 각국 정부와 정치인들의 행보는 더디다는 현실에 주목해왔다. 현재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인 100여년 전보다 1도가량 올랐다. 이대로 인류가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오르게 되면 지구 기후는 인류의 노력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변화를 겪게 된다.

지난 16일 화상으로 이루어진 툰베리 인터뷰는 [한겨레]가 올해 4월 기후변화팀 신설 뒤 수차례 요청한 끝에 성사됐다. 이날도 ‘미래를 위한 금요일’ 결석 시위를 마치고 온 그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집에서 7천㎞ 떨어져 있는 서울의 기자들과 눈을 맞췄다.

■ 분노하고 저항하는 미래 세대의 아이콘

―올해 기상이변, 코로나19 등 환경 이슈가 많았다. 당신에게 올해는 어떤 해였나?

 

“모든 사람에게 올해는 위기의 해다. 우리는 인간이 매우 연약한 존재임을 깨닫게 됐다. 우리의 위기 극복 능력을 지금까지 과대평가해왔는데, 우리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자신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시 점검할 때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아무도 본 적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결석 시위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를 느꼈나?

“우리가 이렇게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된 점이 놀라웠다. 누구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매우 놀라웠다.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그저 이기적이고 자기만 생각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공동의 문제의식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이제 많은 사람이 청소년들이 결석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우려를 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점에서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각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온실가스도 크게 줄고 있지 않다.”

그는 전사다. 기후위기 문제를 가해자(온실가스 과배출 정부, 기업, 이를 방조한 어른 세대)와 피해자(저배출 국가, 미래 세대)로 나누어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묻는다. 더는 북극곰을 살려달라는 호소에 그치지 않고, 더는 교양 있는 지구인의 선의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에게 “분노조절 문제에나 신경 쓰라”며 조롱하듯 트위트를 남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른바 ‘스트롱맨’들과 맞서는 10대 소녀의 용기는 환경운동을 넘어 어른 세대에 저항하고 분노하는 미래 세대의 아이콘이 됐다.

■ “그린의 이름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 말라”

―1년 전 유엔에서 당신을 향해 박수 친 각국 지도자들이 있다. 그들이 당신의 연설 내용을 정책에 반영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을 보면 거의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았다. 아직 기후위기를 위기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내 답은 ‘아니다’이다. 지금까지 배출한 온실가스 총량 등 역사적인 책임을 봐야 할 필요도 있다. 어떤 나라들은 다른 나라보다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고,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파리협정에서도 부유한 나라들이 저개발 국가에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를 제공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할 당시, 청와대는 툰베리의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후 문 대통령은 같은 해 12월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한국을 찾았을 때, 미국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역대 최연소 ‘올해의 인물’에 툰베리가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툰베리에게 보인 관심과 달리, 한국은 대외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미온적이며, 심지어 석탄발전에 여전히 투자하고 있는 ‘기후악당’으로 꼽혀왔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두고, ‘무늬만 그린’이라는 혹평이 제기되기도 했다.

툰베리는 한국의 이런 상황에 대해 “특정 국가만의 잘못이 아니라 대부분의 국가가 잘못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린을 구호처럼 앞세우고 있는 정부와 정치인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러 나라에서 많은 이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그린, 그린 딜, 그린 뉴딜, 그린 투자와 같은 말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그린은 단지 색깔에 불과하다. 의미가 없다고 본다. 미사여구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환경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논리가 여전하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그들의 말이 맞다. 과학이 지적한 대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 사회 자체를 완전히 폐쇄할 수는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수십년 전부터 준비해야 했다. 더 일찍 시작할수록, 더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 대통령이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한다’(admires)고 말했다면, 행동으로 증명해주면 좋겠다. 행동이 말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

11월3일 치르는 미국 대선은 요즘 그의 최대 관심사다. 툰베리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글을 남겼다. 올해 미국 대선은 기후위기 문제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 짐작된다.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전 오바마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왜 트럼프는 안 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나는 어떤 경우라도 정치 관련 이야기는 해오지 않았다. 기후위기는 정치를 넘어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미국 대선은 정치를 넘어선 사안이다”라며 “다음 미국 대통령은 과학을 근거로 기후위기를 (진정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전 세계 온실가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 툰베리와 전세계 청소년들, 우울한 미래에 맞서다

섭식장애가 있어 평소 매우 조금만 먹는 그는 지난해보다 더 야윈 모습이었다. 아스퍼거 증후군(사회관계가 어렵고 특정 상황에만 집중하는 발달장애의 일종)을 겪는 그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시선을 옆으로 두고 말을 이어갔다. 그에게 기후위기 문제가 매우 극심한 스트레스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한겨레]는 툰베리와 인터뷰하기 전에 한국 청소년들이 그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청소년기후행동’을 통해 모았다. 기후위기 문제를 고민하는 한국 청소년들도 그와 같은 슬픔과 아픔을 경험한다고 했다.

―당신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운동을 함께하는 사람들, 특히 청소년들 모두와 기운을 북돋고 있다. 우리 가족과 강아지, 그리고 이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이 내가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이다. 앞으로 있을 일을 우리는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힘을 다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서, 이 세상이 더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

―한국 청소년들은 당신이 트럼프나 푸틴과 같은 기후위기 부정론자들과 싸우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고 묻는다.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이제 어느 곳에도 숨을 데가 없다. 그래서 (외려) 청소년들을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기후위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기후위기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자신들이) 논리적인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제 더는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청소년들에 대한 공격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기특하다’ ‘잘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청소년들의 외침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 어른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매우 좌절감을 주는 일이다. 우리의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하는 일은 (어른들에게) 칭찬을 받거나 기특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나, 우리와 셀카를 찍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다. 이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기후위기 문제를 알아갈수록 장래가 어둡다는 사실에 우울해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나도 그랬다.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우울했고 슬펐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우울했다. 그러다 가장 좋은 약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바로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누가 이 문제에 가장 민감한지, 누가 불편한 질문들을 하는지, 누가 낙관적 생각을 갖고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것도 바꿀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할 말은?

“우리는 함께 (기후위기 문제에) 맞서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결속력을 갖고 함께 행동해야 하고 (그런 노력으로) 필요한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

―지구를 위한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나?

“하고 싶은 일을 할 만큼의 시간은 언제나 있다.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게 되는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악화하는 것을 막을 시간은 있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더 나빠지지 않게)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시간 말이다.”

미래 어느 순간 우리의 후손들이 오늘을 돌아볼 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 자신의 인생을 걸고 지구를 대변하는 그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하게 될까. 그의 야윈 얼굴과 대비되는 형형한 눈빛이 계속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기후위기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달라”는 당부였다.

(※인터뷰 전문과 동영상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과 한겨레 티브이,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최우리 김지은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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