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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시장 비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2>

- 김민웅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진상을 알고자 하는 한 시민)

2020년 10월 19일(월)

1.

귀하에게 보내는 두 번째 공개서한입니다. 긴 편지가 될 것입니다.

지난 10월 15일 공개된 귀하의 입장 전문을 잘 읽었습니다. 고통의 내용과 의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그간의 고통으로 인한 실존적 고뇌의 깊이를 짐작으로나마 충분히 공감합니다. 또한 이 사안은 이렇게 명백히 공적 차원의 문제인 것을 귀하 스스로도 인식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공적 사안이라는 함은 그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사가 되었고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겠지요. 따라서 문제를 제기하는 측으로서는 입증의 책임이 있고 그것을 듣고 함께 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하는 측에서는 질문의 권리가 동시에 발생하게 됩니다. 이 점을 먼저 밝히는 까닭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납득이 가지 않거나 더 알고 싶은 대목이 있는데도 피해를 주장하는 이의 발언이라는 것만으로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고, 의문을 제기하면 “2차 가해”라고 규정하는 논법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는 전혀 이성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당하지도 않습니다. 공적사안이 된 문제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형식과 논법이 어떠하든 일단 가해의 의도가 있을 때에 비로소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이 곧 가해라는 발상은 진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폭력입니다.

저는 귀하에 대한 가해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질문이 생겼을 뿐입니다. 그 질문 속에 만일 가해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여기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3.

스스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셨으니 진실로 들어서는 문에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계시리라 봅니다.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는 진상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이전에는 여러 의문을 가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주장을 진실로 수용하기까지 논리적, 실증적 과정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 과정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에 대한 질문이 당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질문을 이겨내지 못하는 주장은 힘을 잃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귀하는 자신에게 던져지는 질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정리해줄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귀하의 고통을 더는 매우 확실한 방도가 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질문을 피하거나 그에 대한 대답이 분명하지 않다고 여겨지면 귀하의 주장은 신빙성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따라서 질문에 답하는 것은 귀하에게도 자신이 겪은 일의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는 것과 함께 명예를 회복하고 추가적 가해를 막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귀하의 법률 대리인인은 이 점과 관련해서 소임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태도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보호해야 할 의뢰인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적 사안으로 제기해놓고 질문을 봉쇄하는 일에만 급급하고 정작 적극적인 입증과 방어에 소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건 귀하를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더더욱 의혹의 대상으로 만드는 무책임한 자세라고 보여집니다.

이는 귀하가 전혀 원치 않은 바일 텐데 말입니다.

“변호인에 대한 공격은 피해자에 대한 공격”이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했는데, 변호인의 부실하게 여겨지는 변호를 문제 삼는 것은 피해를 주장하는 이에 대한 공격이 결코 될 수가 없지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더 깊게 거론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4.

귀하는 자신이 이 사건 이후 겪고 있는 고통을 밝히고 호소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표적인 인권운동가가 막강한 권력 뒤에서 위선적이고 이중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든 것에 대한 사회적 반성과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들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그렇게 되어야겠지요.

그런데 그러기 전에 우선 “정말 막강한 권력 뒤에서 위선적이고 이중적으로 행동”했는지의 여부가 입증되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이 문장은 박원순 시장을 지칭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귀하가 주장하고 있는 성추행은 문제의 “토양” 이전에 박시장의 개인 책임에 따른 행동과 관련되어 선차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대목입니다.

아니면 이 사안을 규명하는 초점은 귀하가 말하고 있는 이른바 “토양”으로 이동하게 되고, 박시장의 성추행 혐의는 기정사실로 확정되어 다음 논의의 전제가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전제가 견고해야 그 다음의 논리가 이어집니다. 전제가 무너지면 그 다음 논의는 무의미합니다.

그러니 귀하의 입장에서 “사회적 반성과 제도적 장치”를 위해서라도 그것의 전제가 되는 사건의 진실을 확고히 정리하는 것은 중차대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가상의 허수아비와 싸워야 하는 사회적 에너지 소진의 과정에 들어가게 됩니다.

5.

이런 말도 덧붙였더군요.

“아직도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책임과 권한 있는 인사들이 이제라도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의도적 외면”이라고 볼 근거가 제시되어야겠지요? 그런데 그것이 의도적 외면인지 아니면 귀하의 주장을 부정하는 반증인지는 정리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증언도 나오고 있으니 이를 명확히 정리할 수 있는 귀하의 반증이 필요하게 된 상황입니다. 그렇게 하면 됩니다.

다시 강조하건데 의도적 외면의 태도가 더는 유지될 수 없는 내용을 확인해주면 되는 일이 아닐까요? 귀하의 주장을 반증하는 자료는 도리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귀하의 반증은 아직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도적 외면”이라고 하는 대목은 “근거 없는 비난”으로 들릴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귀하로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6.

귀하는 결론 부분에 가서 대단히 큰 맥락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약자의 인권에 대한 울림이 되어 우리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서로 반대편에 서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공정, 정의, 평화, 인권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깨닫는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포괄적 논의의 차원에서는 동의하면서도 이 사건이 공정, 정의, 평화, 인권이라는 방향으로 귀하와 함께 갈 수 있는지는 좀 더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이 끔찍한 사건이 단순한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라는 대목 때문입니다.

누구도 이 사건을 단순한 사건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끝날 수 있는 사건으로 보고 있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그 “끔찍한” 진상을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랬기에 귀하도 “진상규명”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7.

제가 여성단체에게 보냈던 질문 세 가지를 간략히 상기시켜드리겠습니다.

첫째, “성추행 고충으로 인한 부서이동 요청”에 대한 주장과 제시한 증거물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와 모순이었습니다. 제시한 내용으로만 보자면 부서이동 요청이 성추행 고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선호부서 이동 요청인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지속적인 음란문자의 실체”에 대한 것입니다. 이 실체 없이 성추행 고충을 이유로 한 부서이동요청은 상사에 대한 근거없는 모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셨을테니 당연히 증거제시가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는 이 모든 사태를 한 순간에 정리할 수 있는 증거라고 봅니다.

셋째, 귀하의 성추행 고충 호소에 대한 “서울시장 비서실의 구조적 묵살과 은폐”에 대한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런 문제와 관련한 공식 매뉴얼이 존재하고 있고 그에 따른 처리방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법정 대리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공식 절차와 구조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관련자들은 수사를 받았고 이후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습니다. 주장이 엇갈리면 입증력을 가진 증거로 사태를 판가름해야 합니다. 그저 말로만 하는 것으로 서울시 수장의 성추행 의혹을 받아들이는 경우는 분명 없을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당연히 거치셨다고 봅니다.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여성단체는 아직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

8.

지난 번 공개서한에서 귀하에게 보낸 질문 세 가지도 환기시켜 드릴까 합니다.

첫째, “업무 인수관련 문서에 대한 것입니다. 내용은 귀하가 박원순 시장에 대한 자랑과 격찬을 담은 글이었습니다. 공식 문서가 아니라 귀하가 작성한 사적 문건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성추행 피해 당사자가 썼다는 것으로서는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혼란이 정리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성추행 가해자에 대해 그렇게 칭찬 일색으로 쓰기는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다면 이 문건은 무슨 성격인지 잘 판단이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둘째, ”시장실 구조“에 대한 증언입니다. 저도 그곳에 여러 번 다녀왔으니 알지만 박원순 시장의 투명 행정 철학으로 시장실 구조는 옆에서, 위에서도 그대로 보입니다. 그런 구조에서 법률 대리인이 주장했던 대로의 은밀한 성추행 행위가 가능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대답이 가능할까요?

셋째, 최근 유튜브 “열린공감TV”에서 공개한 “영상”에 대한 것입니다. 이 영상은 지난 2019년 3월 26일 시장실에서 박원순 시장 생일 파티 장면이 기록된 장면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 영상이 어떤 장면들을 보여주었는지 당사자로서 잘 아실 것입니다.

이 영상을 본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4년간 지속적인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당사자로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인지는 의문으로 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귀하도 이 질문들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어떤 언론은 검증되지 않은 영상물로 2차 가해를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9.

자, 그래서 검증의 절차를 거쳐보았으면 합니다. 귀하가 이 영상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었다면 당연히 그 피해를 보상받아야 합니다. 그 영상을 올려 공개한 사람은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귀하에게는 그런 문제 제기의 움직임은 없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검증을 누가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영상을 보고 여러 분들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매우 원시적 분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바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이와 함께 귀하가 박시장과 재래시장 현장에서 찍은 영상과 사진도 보았습니다.

우리가 받은 인상은 귀하가 박시장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친밀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아직 공개하기 전이었고, 따라서 박시장과의 관계에서 상대를 민망하게 만들지 않기 위한 역설적인 노력의 반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귀하의 유쾌한 성격과 비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결과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10.

그러나 누가 보아도 그 친밀감 표현은 신체 접촉 수준으로 보자면 이게 무얼까? 라는 질문을 피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곤혹스러워졌습니다. 제 나이나 위치나 살아온 입장에서 상세하게 말하기 무척 어려운 내용입니다. 이 정도로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하게도 “4년 동안 지속적으로 끔찍하게 당한 성추행” 피해자가 자신을 성적으로 가해하는 상대에게 그것도 모두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신체적으로 밀착과의 경계선이 불명확할 정도로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란 과연 어떤 경우일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입니다.

귀하의 성추행 피해 주장 앞에 선 우리로서는 풀기 어려운 퍼즐이 등장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 논의는 자칫 “피해자다움의 강요”라는 틀 속에 처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이는 성추행 피해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는 질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질문을 접고 보아도 여전히 의문이 생겨납니다. 뭐지?

설명이 가능할까요? 귀하를 위해서도 이런 의문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11.

지난 10월 16일 박원순 시장 100일 재를 지냈습니다. 추모행사도 지냈습니다. 그런데 그때에 맞추어 귀하를 지지 연대하는 여성단체들이 서울 도서관 앞에서 공개 행사를 가졌더군요. 박시장에 대한 애도를 가해로 규정했던 것을 떠올리는 장면이었고, 화장터에 간 시각에 기자회견을 했던 모습과도 겹쳤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낭독된 글은 “위선적인 인권운동가”라고 언론에 큼지막하게 박힌 글자로 압축되었습니다.

귀하가 한때 그토록 평소에 자랑스러워하고 내세웠던 한 인물의 평생이 그렇게 조락(凋落)의 처지가 된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이로 기억하는 이들이 주축이 되어 박원순 시장의 헌신적인 삶을 기리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원순씨”를 그리워한 이들이 모였던 것입니다.

12.

우리는 같은 인물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살게 되었습니다.

이 기억의 격차를 푸는 일은 진상을 밝히는 작업을 요구합니다. 진상규명은 다른 이의 손을 빌거나 사법기관의 손을 빌 까닭이 없는 일입니다. 귀하가 말했듯이 진상규명의 법률적 절차가 사라진 현실에서 귀하의 입증만이 유일한 방법으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난 4년 동안의 지속적인 성추행 피해 사실 증거제시로 즉각 가능합니다. 경찰에 넘겼다는 말로는 멀리 돌아갈 일이 아닙니다. 이미 공개기자회견으로 귀하는 박원순 시장에 대한 사회적고발을 했으니 그에 따른 입증책임을 진다는 뜻이고 그걸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이것은 명백한 무고가 될 수 있습니다.

부디 우리의 혼란을 해결하는 일에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귀하가 말한 대로의 공정하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함께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첫 번째 공개서한의 말미를 다시 인용합니다.

“질문하는 것은 가해행위가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진지한 노력입니다. 이 노력 또한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그 존중으로 귀하는 더더욱 존중을 받게 될 것입니다.”

박원순 시장의 영전 앞에서 귀하에게 정중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귀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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