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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성

모르세 2020. 11. 27. 15:59

이제는 다소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으나, 나는 과거에 특정인으로부터 블랙메일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정치적 스탠스에 불만을 가진 어떤 사람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뒷조사를 하여 회사 이름을 알아내고, 인사팀 메일 주소를 여기저기 퍼트리며 나를 음해할 것을 촉구하는 댓글을 달고 다닌 적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상당수의 기업조직은 임직원에 대한 단순 음해성 블랙메일은 바로 폐기하고 해당 임직원을 함부로 조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 이후로 링크드인 비공개를 풀지 못한다. 그런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또 나타나지 못하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즉 그 사람은 어느 정도 내 삶을 파괴하려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 간에 어떠한 ‘관계’ 가 형성되는 경우, 우리는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별다른 권력이 존재하지 않는 사인 간의 정보 수집이라 할지라도 위와 같이 얼마든지 무고한 사람을 해코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그 후유증도 상당히 오래 남는다.

그런데, 하물며 권력이 없는 사인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정보수집의 오남용은 공익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유무형적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거대한 힘을 가진 검찰조직이 관계법령 및 내부규정에 엄밀하게 명시되지 않은 근거와 수단을 동원하여 사법부 구성원의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에 의견이 갈리는 것이 참 놀랍다.

권력기관의 정보 수집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정당성을 띨 수 있는데, 하나는 그 수집의 근거와 수단이 관계법령 및 내부규정에 명시가 돼 있을 경우 합법성을 득하게 되며, 그 수집이 해당 기관의 본연의 업무와 관련이 있거나 공익에 심대하게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경우 경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 자, 검찰의 직무는 공소의 유지다.

그렇다면 공소의 유지에 판사의 인척관계와 취미, 또는 진보 성향 법률연구모임의 회원 여부가 어떠한 의미에서 중요성을 갖거나 또는 재판에 있어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는지 검찰은 소명을 해야 한다. 조직논리로 이루어지는 ‘관행’ 이라고 덮기에는 사실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범죄 사실이 없는 사람의 정보를 공소권 있는 기관에서 능동적으로 수집한다는 사실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 정보의 수집이 사찰의 성격을 갖지는 않는 것 아니냐며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분들은 검찰이라는 권력 기관이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정말 공정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것이라고 깊이 신뢰하시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는 다소 이상하지 않은가. 어떤 권력기관은 완전히 비도덕적이고 다른 어떤 권력기관은 도덕적이고 무결하다고 믿는다는 그 사실 말이다.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팔다리를 모두 잘랐는데 검찰이 무슨 힘이 있느냐는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겠다. 그러나 검찰의 권력은 검찰총장의 존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무소불위의 특수 및 공안수사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 힘은 검찰총장의 존재 유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법률로 보장하는 검찰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그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사찰이냐 아니냐의 딱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법률로 보장된 권력을 가진 공직자가 타인의 정보를 마음대로 수집하여 가공하고 이를 보고한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법률체계 하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과연 하나도 훼손하지 않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사람은 그의 이름과 직장명 하나만 갖고도 얼마든지 남의 삶을 괴롭힐 수 있다. 하물며 검찰인데 ‘단순 정보’ 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가.

이 논쟁의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사법부 구성원 정보의 수집이 규정상 대검 수사정책연구관의 ‘가능한’ 직무이거나, 그 정보의 수집 및 반부패부로의 전달이 확실한 공익적 목적이 있음을 소명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한다. 과연 권력기관의 정보수집은 어떻게 그리고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지에 대해 말이다.

몇몇 법조 언론인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열심히 변호를 하기 바쁜데, 만약 청와대 민정에서 언론인들의 취미, 가족관계, 성향을 파악하여 이를 검찰에 넘겼다 할지라도 같은 변호를 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자신은 진영 논리에 속하지 않는다며 사자후를 부르짖는 분도 계시던데, 그것은 본인이 여야의 진영에 속한 것이 아니라 검찰 진영에 속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본인만 모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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