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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구

모르세 2020. 11. 15. 19:26

어제 오전 8:07 

문 대통령의 의중

지지자들이 아우성을 쳐도 윤 검찰총장을 그대로 놔두는 이유가 오늘 아침 하나 더 떠올랐다. 일전에 생각해 낸 것은 대통령 입장에서 고르고 고른 것이 “그”였기 때문이라는 결론이었다.

고위급 검찰은 누구를 다시 세워도 그냥 주인에게도 달려드는 사냥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냥개 근성의 보편적 원칙이다. “그 나물에 그 떡”이라는 경험적 불신이 대통령의 심중에 깊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추정적 판단이다.

생각해 봐라. 감사원장도 얼마나 고심 끝에 골랐겠나. 대통령 인사권에 영향을 끼쳐온 인물 중에 차지철 같은 기이하게 돈독한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있었듯이, 대학 기독교 교수회 출신 근본주의 기독교 세력이나, 홍만표 같은 탐욕에 넋나간 대형교회 장로 출신이거나, 심지어 전도사다운 신실성을 보이는 황교안 같은 근본주의자와 유사한 동류가 현 정권에 숨어 있다면, 청와대는 멍청한 거다.

나는 의심해 보았지만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이런 생각을 거둔다. 속된 말로 x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인간이 대통령 인사를 좌지우지하겠나 싶어서다. 한 가지 불안한 것은 기독교 세력의 배타적 호혜성은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도, 이명박~박근혜 시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보이지 않는 세력 카르텔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종교적으로 포장한 최 감사원장의 “눈 감고 읊조리는 기만적 예지”는 그런 자들이 생산한 것이다. 하나님이 시키신다고 하면 멍청한 신도 어느 누가 그걸 막겠든가? 저질 목사들의 전유물이었던 비법을 이젠 최 같은 평신도도 써먹으니 은퇴 목사인 나도 그저 기가 찰 뿐이다.

이 정도면 신학도 규범도 없이 하나님 빙자 하며 “막 가자는 것”이다. 목사들의 업보다. 목사들이 영성을 가장하며 사기를 치는 것 보고 익힌 평신도도 영적 예지를 빙자해 공개적으로 사기 치는 세상이다. 이런 자 추천한 인물은 반드시 멍청한 근본주의자라고 나는 확신한다. 물론 그들끼리는 서로 신실하다고 여기고 있겠지만.

그렇다면, 왜 대통령은 윤 씨나 최 씨 같은 자를 사정기관에 여전히 놓아두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궁리를 해보아도 알 수 없었으나 오늘 아침 신이 내리듯 불현듯이 스치며 다가온 생각이 그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애하는 페친들께서는 이대로 윤 씨를 놓아두면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도 못 막는다”라며 근심이 태산 같지만, 아무래도 대통령의 심중까지 헤아리지는 못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사나운 사냥개를 풀어 놓은 것이다. 이 사냥개는 특히 여당을 자주 공격하는 근성이 있고, 거라사의 광인만큼 거칠어 아무도 제어할 수 없다. 이 사냥개는 심지어 전직 대통령도 뛰어내리게 했다고 큰소리치는 선배들을 추종하니 사실 무시무시한 종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아이를 포함 온가족까지 온 국민이 지켜보는데도 물어 뜯었고, 지금도 집요하게 추 장관을 시시탐탐 노리며 노골적으로 괴롭힌다. 국회에서 “나에겐 상관이 없단 말씀이야”라는 요지의 주장도 하더라.

대통령은 왜 이런 사냥개를 풀어 놓고 줄도 매어 놓지 않았을까? 그 이유를 몰라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대통령을 향해 원망과 분통을 터트리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사냥개 보편의 원칙에 더해 더 중요한 것은 살을 내주고 뼈를 지키려는 대통령의 의중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집권 세력의 부패” 그걸 막기 위해서다.

나는 문 대통령은 어린아이의 눈높이를 아는 인자한 분임을 안다. 그런 그가 조국을 내어주고 피를 흘리면서도 지키려 한 것은 여당 세력의 부패로 인해 실패한 정권으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는 것이다.

조국과 추미애는 대통령이 지켜주지 않는다. 민주시민이 지켜줘야 한다. 대통령은 믿을 사람 없는 세상에서 그들을 신임해 검찰과 법원의 개혁을 맡겼다. 이제 그들은 개혁을 원하는 민주 시민이 지켜야 한다.

대통령은 자기 살을 내주며 뼈를 지키는 것이다.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마냥 착하기만 한 대통령이 절대 아니다. 무서운 대통령이라는 생각도 든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목도하고 겪은 그가 아무런 생각 없이 안일과 무사태평을 구가할 사람일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