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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나무

모르세 2020. 11. 28. 03:12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와 직무정지명령 조치에 대해서 대부분의 언론은 윤석열을 비호하며, 추미애 장관을 비판한다. 조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언론조차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추미애 장관을 옹호하는 언론은 희귀하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으로서 자신이 한 모든 행위들이 정당했으며, 지난 검찰의 행태는 정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관례였으므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의 누려왔던 특권과 반칙에 대해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 라고 여기기에 8개나 되는 징계청구 혐의에도 불구하고 반발하며 총장직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으며 그것이 잘못인지를 인정하지 못한다고 한다. 윤석열과 그를 따르는 검사들의 정신상태가 딱 사이코패스 같다. 언론은 이런 윤석열동일체의 검사들을 지지하며, 추미애 장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과 언론은 추미애 장관의 고뇌에 찬 결단을 정의로운 윤석열을 찍어내기 위한 옳지 못한 행동인 것처럼 깍아내리고, 설사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직무를 정지당할 만큼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연일 설파한다.

추미애 대 윤석열의 언론지형은 1 대 9의 비율이다. 천사를 대상으로 대다수의 언론이 달려들어 공격하면 악마처럼 보이게 할 수 있고, 악마라도 언론이 하나가 되어 미화시키면 천사로 둔갑시킬 수 있다. 지난 1년 넘는 기간 동안 조국 장관과 윤석열 총장에게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다.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맞지만, 부하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상관이 부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과거 법무부와 검찰의 관계가 그랬다. 법무부 소속 일개 외청이 제 분수에 맞지 않게 50년 넘게 상전 노릇을 해왔고, 소속 기관장일 뿐인 검찰총장은 지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라 동격인 줄 안다. 이런 잘못된 관계와 문화를 바로잡는 것은 옳은 일이며, 이 일을 지금 추미애 장관이 하고 있는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사실 힘든 결정을 했다. 반대 진영과 언론의 공격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총대 메고 이 일에 나서기란 망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 대표가 나서서 추미애 장관의 조치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윤석열을 정면으로 비판했지만, 언론지형에서 절대 불리한 구도 속에 있는지라 여론이 선뜻 따라주지 않는다. 그리고 사법부의 속내도 애매모호해서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렵게 힘든 결정을 내렸지만, 해 놓고도 걱정이 될 것 같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윤석열이 업무에 복귀한다면, 언론은 윤석열과 함께 추미애를 향한 마녀사냥을 시작할 것 같다. 열세에 있는 추미애 장관에게 힘이 되어줄 진보진영은 현재로선 여당 지도부와 열린민주당 밖에 없어 보인다. 여당 내에도 조응천 같은 인간들이 더러 있어서 언론이 또 이런 자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진보 매체라고 알려진 언론, 제법 스피커가 큰 진보적 성향의 셀럽, 이름꽤나 알려진 진보진영의 정치인들이 이번에는 침묵을 깨고 추미애를 적극 엄호해 줬으면 좋겠다.

검찰이 판사만 사찰했을까? 검찰이 공개한 것이 전부일까?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데, 윤석열 검찰에게 약점 잡힌 게 아니라면 나서라. 애매하게 중립적인 것처럼 나오거나 침묵하면 윤석열과 한편인 거다.

살구나무, Joy Y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