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송요훈기자

모르세 2020. 11. 12. 18:09

특활비의 기억

지네들 눈의 들보는 외면하면서 남들에게선 표창장이든 소녀상 기부금이든 사병 휴가든 뭐든 찾아내어 먼지를 태산이라 하며 시비를 거는 트집 잡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그네들이 돌고 돌아 이번에는 ‘특활비’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특활비란 무엇인가. 초중고 특별활동처럼 고위공직자의 취미활동 특기활동을 지원하는 돈인가. 아니다. 높은 자리에 계신 힘 있는 분들이 용처를 밝히지도 않고 영수증을 남기지도 않고 지맘대로 나랏돈을 쓰는 특수활동비를 줄여서 특활비라 부른다.

무슨 일을 하는지 밝힐 수도 없고 드러내서도 안 되는 정보기관에서 쓰는 돈이야 그럴 사정이 있다고 해도 장관이든 국회의원이든 검사든 판사는 특활비가 왜 필요한가. 특수임무를 하는 정보기관 종사자들도 아닌데 어디에 쓰고 누구에게 쓰는지 밝히지도 않고 왜 나랏돈을 지맘대로 쓴단 말인가.

공무를 수행함에 있어 꼭 필요한 돈이라면 이유를 설명하고 예산을 더 받아 쓰면 된다. 특활비라는 명목으로 뭉텅이로 돈을 타내고 영수증도 없이 지맘대로 그 돈을 쓰면 제 주머니에 넣는 착복을 하는지 법으로 금지한 나쁜 짓을 하는지 국민이 어찌 알 수가 있겠는가.

이런 일이 있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면서 이명박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른바 ‘영포라인’ 공무원들이 총리실에 산하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위장간판을 걸고 법이 금지한 ‘민간인 사찰’을 하다가 적발됐더랬다.

그때 내부의 한 공무원이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하는데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하며 입막음용으로 현금 5천만원을 주더라고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였는데, 사진 속의 현금은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현금을 보낼 때의 관봉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시중은행에서 억대의 현금을 인출해도 그렇게 현금을 내주지는 않는다. 그 돈을 건네며 입막음 회유를 한 자는 작고한 장인이 준 돈이라고 둘러댔으나 그 돈은 이명박 청와대의 특활비였을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이명박씨가 임기 말에 내곡동에 사저를 짓겠다고 아들과 청와대 경호실 공동 명의로 땅을 사고는 지분을 나누면서 알짜배기는 아들 명의로 했었다. 나랏돈을 슬그머니 아들 주머니로 옮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땅값으로 낸 돈도 아들의 돈이 아니었다.

그 돈이 어디서 나왔는가. 처음에는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엄마가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가 큰아버지 이상은이 안방 장롱에 보관하던 현금을 빌렸다고 말을 바꿨다. 그 돈 역시 특활비였으니 그렇게 둘러댔을 것이다. 현금으로 쓰고 영수증이 없어도 되니 제 주머니의 돈처럼 썼을 것이다.

잘 되었다. 이참에 법무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특활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탈탈 털고 가자. 정보기관 종사자도 아닌데 검찰총장이든 검사든 판사든 뭔 특활비를 그렇게 많이 쓴단 말인가. 어디에 썼는지 양심에 맡겨달라고 하지만 양심불량들이 참 많아서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다.

이명박도 나랏돈 함부로 쓰는 건 범죄라고 했더라. 가훈이 정직이라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 했는데 믿어달라고 믿어줄 수 있는가. 잘 되었다. 이참에 탈탈 털어보자.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특활비까지 탈탈 털어보자.

 

 

기자님들, 우리도 좀 배웁시다.

며칠 전 미국의 주요 방송사인 ABC와 CBS, NBC가 트럼프 대통령의 생방송 기자회견을 중간에 끊어버렸지요. 부정선거 어쩌구 하며 근거 없는 주장, 허위의 주장,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늘어놓으니 방송사들이 중간에 끊어버린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언론이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하는 건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유언비어를 확산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 세계 공통의 언론윤리예요. 심지어 조선일보의 윤리강령에도 '확인된 사실만 보도한다'고 적혀 있어요. 미국의 방송사들이 대통령의 생방송 기자회견임에도 중간에 끊어버린 건 바로 그런 언론 윤리를 실천한 겁니다.

그 뿐인가요, 폭스뉴스조차 백악관 대변인이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선거 사기 운운하며 허위의 주장을 반복하자 가차없이 중계를 끊어버렸어요. 폭스뉴스가 어떤 정치적 성향의 방송인지는 기자들이니 잘 알 거예요.

누군가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받아쓰기 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받아쓰기만 하지 말고 주장과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 좀 합시다. 근거가 있는 주장인지 좀 따져보고 검증도 하고 기사를 씁시다. 그가 누구든, 여든 야든, 근거 없는 주장과 일방적 주장과 허위의 주장과 자극적인 발언을 늘어놓으며 언론을 중계기지 또는 확성기로 악용하는 자들이 있다면, ‘상습적 거짓말쟁이’ '선동꾼'이라고 비판 좀 합시다. 언론의 비판 기능은 그러하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