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화
대통령제는 불가피하게 권력말기 증상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심하다. 그러나 하기나름으로는 그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으니 참고들 하시기 바란다. 다음 다섯 가지를 조심하면 레임덕으로 고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첫째, 부패스캔들이 없어야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돈 먹은 이야기가 나오면 세상이 무척 시끄러워진다.
둘째, 섹스 스캔들이 없어야 한다. 미투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는 최근 여러 사례를 통해서 경험했다.
셋째, 자식 스캔들이 없어야 한다. 트럼프처럼 딸과 사위를 측근으로 두면 우리나라에서는 망한다. 문민정부 당시 김현철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승만의 양자 이강석 사건도 있다. 자식은 아니지만 전두환의 동생 전경환도 있다.
넷째, 측근 스캔들이 없어야 한다. 권력자 주변에는 호가호위하는 측근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승만의 이기붕, 박정희의 차지철, 박근혜의 최순실이 대표적이다.
다섯째, 말 스캔들이 없어야 한다. 말은 말일 뿐이지만 권력자의 말은 무게가 다르다. 생각없이 던진 말이 폭탄이 되고 지뢰가 되기도 한다.
권력말기에는 여당도 제멋대로 움직이고 공무원들은 말을 듣지 않고 언론은 자기 쓰고 싶은대로 기사를 쓴다. 정책 추진도 엉망이다. 한마디로 통제불능의 상황이 된다. 그러나 위 다섯 가지만 조심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검사들도 할 말이 있으면 해야 한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총이 갈등하는 상황에서 검사들이 할 말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독재정권 하에서 하수인처럼 순치되었던 검사들이 말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과거 검사 출신 법무장관이 있을 때는 말없이 조용했던 검사들이 추미애 장관이 검사 출신이 아니라고 마구 대드는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더구나 희대의 김학의 사건이 흐지부지 은폐될 때 검사들은 무엇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할 때 지금 검사들의 발언을 아름다운 참여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검사들이 정의롭다고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 같고 검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법의 공정성이나 형평성에도 거리가 먼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