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ewon Jin
[Accountability, 소명의식]
열 살 정도 어린 동생이 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살던 동생의 동갑 친구들도 서너명 있었습니다.
3-4살 친구들이 취학 전에 동네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는데, 그 중 한 어린이가 꼭 자기가 술래가 되면 집에 가버리곤 했고, 나중에 조금 커서는 다른 아이가 학교에서 상을 타면 보여달라고 하고서는 찢어버리는 희한한 습성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Accountability라는 용어를, 직업윤리 관련해서 우리 말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고민인데, '소명의식' 또는 '사명감'이라는 어휘가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소명의식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과 결과만을 취하기 위해 과정을 생략하는 사람을 한 순간에는 구별하기 어렵지만, 같은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쉽게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임은정 부장검사님(자꾸 언급해서 죄송합니다. 조회수 목적 아닙니다. ㅋ)은 동기 중 선두주자로 꼽히다가, 서슬퍼런 독재회귀 검찰 아래서 직을 걸고 무죄를 구형한 직후 본래 3년의 임기가 보장된 중앙지검에서 1년만에 난데없이 창원지검으로 발령났고, 워낙 유명하신 상태라 인권변론을 주로 하는 변호사 업계로 진출하거나 정계 진출할 수도 있었지만, 검사에 대한 징계의 기준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법률가로서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직장에 남아 3심까지 소송 문서를 직접 작성하고,법리와 판례를 인용해 가면서 소명의식을 발휘했고, 그 결과 그러한 사항에서 다시는 검사를 징계할 수 없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건의 결과 검사의 이의제기권한 관련 구체적 행정규칙이 만들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병규 부장검사님 또한 임은정 부장님을 응원하는 글을 검사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유로 면직의 초 중징계를 당했지만 보복적 인사조치가 발령되어서는 안된다는 공익적 사명감으로 소송을 진행하여 판결문상 '보복적 징계로 보이는 사유가 있을 경우', '징계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징계해서는 안된다는 판례를 남기셨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소명감을 발휘하신 겁니다.
추미애 장관님 또한 국회의장급 체급이셨지만, 테라토마들이 백정처럼 날뛰는 외청을 관리하는 일개 장관 직으로 취임하셔서 온갖 공격과 음해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투혼으로 사명감을 발휘하고 계십니다.
정청래 의원님의 경우,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당내 징계를 받았고, 출마조차 제한됐지만 '아름다운 동행'을 선택하여 뷰티풀의 아이콘 손혜원 의원님이 초선임에도 지역구에서 당선될 수 있도록 백의종군함으로써 국민의 종으로서의 소명의식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반면, 수사를 받을 때에는 진술거부권을 적극 활용하라는 '맞는 말'을 기고했다고 징계를 받을 상황이 되자 그냥 사직한 후 당시 매우 핫했던 의사 출신 백신연구소 운영자님의 캠프에 들어갔다가 박원순 시장님의 선거 도우미로 활동한 후 다시 원캠프로 돌아와 '우리는 이기는 야oo...'라는 책까지 출판해 가면서 캠프의 인사이더 라인에 포섭되지 않은 설움과 울분으로 보이는 격한 감정을 토로하고, 이후 선택적 성인지감수성, 선택적 부의 대물림 감수성을 보여주시다가 결국 몸담고 있던 결사를 떠나는 것을 선택한 분도 계십니다.
또한, 험지에서 분투하여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자기 희생(ft 2016년 부산 사상구) 대신 진보정신의 따 놓은 당상인 지역(ft 2013년 노원구 보궐)에 진출하여 '넓은 문'을 선택하는 분도 계십니다.
신화의 '영웅서사'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가 있지만 인간의 뇌는 용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스스로 기억과 저장이 쉽도록'그럴 듯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그러한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열광하고, 얍삽한 행동만 일삼는 사람에게는 경멸로 대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Accountability가 높은 분들이 장기적으로 계속 선택되는 이유가 다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각자 페북, 트위터, 인스타, 유튜브 등 대국민 소통 채널을 한두 개씩 운영하는 시대에는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