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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lsung Kim

모르세 2020. 12. 11. 03:20

공수처가 무서운 기관인 거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 계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공포의 총합”은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 않습니다.

설명을 드리죠.

지금 검찰, 경찰, 공수처 등의 개혁의 본질은 국가의 수사권을 나누는 것입니다. “국가 수사권” 전체의 총합은 동일합니다. 같은 사안을 검찰이 수사하냐, 경찰이 수사하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하나의 케이크를 어떻게 나눠먹느냐의 문제로 보셔도 됩니다. 공수처는 지금 검찰이 독점하는 수사권 파이를 일부 잘라 가져가는 겁니다. 그것이 공수처 설치의 본질입니다.

따라서 공수처가 무서운 조직이라면, 공수처에게 넘겨주는 파이까지 모두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공포 그 자체, 세상에 강림한 공포의 군주라는 말이 됩니다. 그 무서운 공수처 권한에 다른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 다 쥐고 있는 기관이니까요.

그러니 공수처가 무서운 권력기관이어서 반대한다는 주장은 자기모순입니다.

제가 “공포의 총합”은 오히려 줄어들 거라고 말했는데, 이는 공수처가 들어서면서 검찰, 경찰, 공수처가 서로 견제하는 구조가 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지금의 검찰 독점구조보다 훨씬 더 민주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구현되는 것이니까요.

참고로 공수처의 잘못은 지금은 검찰, 이후에는 경찰이 수사합니다. 그리고 검찰이 기소를 결정하고, 법원이 처벌 여부를 결정합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검찰이 검찰을 수사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어이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말 나온 김에 두 가지만 더 말하겠습니다.

첫째, 검찰개혁의 본질은 시스템을 바꾸는 겁니다. 윤석열이 나가더라도, 그 후에 괜찮은 검찰총장이 들어오더라도,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검찰개혁은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은 최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최선의 군주가 통치하는 전제주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보다 더 나을 수는 있지만, 최악의 폭군이 통치하는 국가는 절대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보다, 심지어 부패하고 무능한 민주정권보다도 명백히 나쁩니다. 최악의 폭군이 통치하는 국가는 지옥입니다.

그러니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이해하시려면, 현 검찰 시스템의 문제점을 확인하시려면, 최악의 검찰총장이 들어설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기억하고, 그 기준에 맞춰 생각하셔야 합니다. 그 점에서 윤석열은 검찰 개혁의 중요한 이유로 박제될 겁니다. 검찰의 최악을 보여줬으니까요. 윤이 나가더라도, 더 괜찮은 검찰총장이 들어오더라도, 윤이 한 일은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둘째, 민주주의는 그 어떤 기관도 믿지 않습니다. 공수처 역시 믿으면 안 됩니다.

지금 공수처가 일종의 메시아 취급 받는 느낌이 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공수처도 폭주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 같은 사람이 공수처장에 올 수도 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 국가의 모든 국가기관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공수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공수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국민들이 매의 눈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공수처가 제대로 동작하도록 지켜봐야 합니다. 공수처가 제대로 자리잡고 작동하도록 만들 1차적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지만, 그 근본적인 책임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에게 있습니다. 그러니 공수처 믿지 마시고, 끝까지 잘 지켜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고생하신 분들께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정치인들이 비난도 많이 받지만, 오늘 하루만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국 교수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한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만, 오늘은 조국 교수님의 날로 불러도 좋은 날이니,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무엇이 모순된 사고를 가능하게 했을까?

제가 이 제목을 보고 임 교수님께 갖게 된 의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내키지 않습니다만, 이 짤을 받아서 읽어봤습니다.

본인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종교계와 주요 대학 동문회 중심으로 검찰개혁 지지선언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다시 한번 의문이 듭니다.

도대체 임 교수님은 무슨 자신감으로, 이 수많은 지성인들의 주장을 “모순된 사고”로 매도하는 걸까? 세계적인 석학이라도 이러면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 근거가 뭔지 열심히 찾았습니다. 눈에 잘 안보일 정도로 구석에 박아두었더군요.

이 단락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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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검찰에 대한 통제는 최고 권력만이 가능하다. 최고 권력도 못하는 것을 지지선언으로써 할 수는 없다. 국민의 힘으로 하겠다? 그럴 수 있다. 최고 권력이 문제라면 2016년 겨울처럼 나라를 뒤엎는 민심으로 대통령을 새로 뽑으면 된다. 과거 국정원 해체나 공영방송 수호 집회가 대통령 퇴진 구호를 함께 외친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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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대통령만 검찰을 통제할 수 있으니 니들이 주제넘게 나서지 마라? 그럼 대통령이 윤석열을 일방적으로 해임하면 된다는 말인가요? 임 교수 등이 비난하는 “대깨문”도 대통령이 윤석열 마음대로 해임하라는 주장은 안 하는 것으로 아는데요?

그 다음 문장도 이해가 안 갑니다. 대통령도 못 하는 것을 지지선언으로 할 수 없다니..그럼 대통령이 못 하니까 아무도 건드리지 말라는 소리인가요? 멋대로 하도록 내버려둬라?

그 후 주장들은 더 이상합니다. 국민의 힘으로 하면 된다, 2016년 겨울, “최고 권력”도 나라를 뒤엎는 민심으로 새로 뽑았으니까 - 이 부분에서 임 교수가 말하는 “최고 권력”이 대통령이라는 것이 확인됩니다. 네, 맞아요. 나라를 뒤엎는 인심으로 할 수 있죠. 그래서 그 나라를 뒤엎는 인심이 작년 서초동과 여의도에 다시 드러났던 것이고, 지금의 검찰 개혁 지지 선언으로 나타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지금 임교수는 국민들의 검찰 개혁 지지 선언을 비난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종교계와 민주동문회 등은, 작년에 서초동과 여의도를 가득 덮었던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라는 주장인가요?

딱 저 문단 하나만이 주장의 근거입니다. 나머지는 검찰개혁 지지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는데, 저 문단조차 자기 모순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쯤에서 저는 임미리 교수가 무슨 전공으로 학위를 땄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확인해보니 정치학으로 박사를 땄군요. 제가 무식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지금 이 문제가 정치학의 대상인 건 맞는 것 같은데..그럼 이 분은 자기 전공 분야에서 이런 수준의 주장을 하는 거네요?

그래서 저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무엇이 임미리 교수의 모순된 사고를 가능하게 했을까요?

어쩌면, 이렇게 글을 써도 하악대주는 자칭 진보진영과, 이런 글에도 원고료를 주면서 지면을 마구 낭비하는 경향신문 때문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송두율 교수님도 경향에 글을 기고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송 교수님 글과 이런 글이 같은 대접을 받다니, 서글픕니다. 정말 이 나라 “지성계”의 위기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