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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절망은 안녕한가요?

경향신문이 이번에는 <진중권 “지성계가 무너졌다고 느끼고 있다”>는 제목의 인터뷰를 통해 “조국이 청문회 들어갈 때 격려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청문회 날 가짜라는 게 얼굴에 딱 보이더라.”이런 문장을 여과없이 실었다. (검색 불필요^^;;;)

왜 이런 수준의 기사를 지금 이 타이밍에 싣는 지는 최근 검란(檢亂)을 넘어 검치(檢治)를 획책하는 국면에서 언론동향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기에, 무엇보다 문답의 수준이 너무 일천하여 굳이 지각 있는 페친들까지 경향의 클릭 수 올려주는데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기에 링크는 안 한다.

내가 관심 갖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진보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 소비되는 방식이다. 위에 인용한 발언을 비롯하여 관심법을 시전하며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닉네임을 입증하는 진중권이지만, 그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신선했다.

90년대 후반 <인물과 사상>에서 ‘극우 멘탈리티 연구’라는 글을 읽고 나 역시 당시 (내가 맡은 프로그램 담당 차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를 프로그램에 섭외했던 이유는 극우적 박정희 열풍을 대놓고 비판하는 그의 메시지가 제법 신선하고 용감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후 방송, 민노당, 안철수 등 여러 활동 과정에서 논란에 선 그의 행보야 익히 알려져 있으니 평가는 각자의 몫으로 남기자.

개인적으로 한 사람(집단)에 대한 과도한 찬사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비겁하게 소위 ‘돌려 까기’나 ‘모두 까기’를 시전하는 행위는 저열하다고 여긴다. 이광재가 노무현을 팔거나 진중권이 조국을 욕하는 방식 말이다. 하여 이 글 또한 누군가에 대한 공격의 빌미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진보(좌파)적(연) 지식인의 정부비판이 정부의 개혁을 촉진하는 방향이 아니라 우익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결과적으로 우익에 복무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참여정부에 잠시 몸담기도 했던 정태인이 ‘문민독재’라는 얼토당토않은 용어까지 쓰면서 문정부 까기의 선봉에 나서는 상황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조국 흑서’에 가담한 지식인들이 ‘국민의 힘’ 러브콜을 받는 아이러니를 보라. 비판정신이야 지식인들의 마땅한 책무지만, 진보연하는 그들의 주장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맑시즘이 과학을 표방했듯 그 어떤 주장보다 근거에 충실한 과학적, 합리적 방식이어야 한다. 추정과 예단에 의한 극우 파시스트들의 일방적 주장이나 최근 한국적 페미니즘이 보여주는 아타구분에 기초한 이분법적 도그마와 다른 지점을 발굴하라. 부디, 진정성을 훼손당하지 않으려면 목표와 전선을 분명히 하라. 목표가 자신들의 개혁 아젠다 관철인지, 우익과 손을 잡아서라도 문정부를 까는 것인지 말이다.

한국의 진보(좌파)연 하는 사람들 얘기를 하다 보니 대표적 좌파 감독인 켄 로치를 떠 올리게 된다. 어설프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좌파감독’이라는 네 글자에 덧씌워진 선입견이나 한국 사회의 좌파연 하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비현실적 선동을 생각하며 그를 무척 과격한 사람으로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이 사진( 2016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칸 영화제에서 2번째 수상한 뒤에 가진 가디언과의 인터뷰 사진)만으로도 느낄 수 있듯이 매우 섬세하고 따듯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다.

켄 로치와 20년 동안 12편의 영화를 같이 했다는 시나리오 작가 폴 래버티는 그가 현장에서 한 번도 소리 지르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를 인터뷰 한 여러 해외저널을 읽어 봐도 감독으로서 영화의 모든 것을 스스로 통솔하면서도 엑스트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름을 묻고 위치를 설명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참여해달라는 인간적 모습의 켄 로치를 그려볼 수 있다.

현 정권의 행보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고 자신들의 아젠다가 수렴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명박근혜 정권과는 본질이 다른 정권을 향해 ‘문민 독재’라 칭하고, 일부 팬덤현상을 확대하여 현 정권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까지 일괄, ‘파쇼 홍위병’이라 지칭하는 모습이 진보는 아닐 것이다. 누구처럼 오락가락 하는 행보와 메시지로 오로지 반정부를 타겟팅 하는 모습, 문정부가 마음에 안 든다고 대안없는 비판만 일삼으며 피로감을 더하는 모습 또한 진보의 얼굴은 아니다.

30년 이상 작품과 행동, 품성과 실천으로 보여 준 켄 로치의 행보는 이 시대 진보의 미래다. 1인 1 미디어 시대라고 할 만큼 다수의 시민들이 정보를 나누고 확산하는 시대다. 촛불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각자 당파적 스펙트럼은 다를지언정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에 어린 인간답고 원칙이 통하는 세상을 향한 뚜렷한 지향을 갖고 있다. 지금 세상의 불공정과 부패는 혁명으로도 단박에 바꿀 수 없는 복합모순이다. 이러한 세상의 비탄을 직시하고 켄 로치가 자신의 모든 작품에 일관되게 담아낸 인간에 대한 연민과 따듯한 시선, 휴머니티에 기초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기다.

원론적 주장만을 외치는 교조주의자나 상대를 찌르는 험한 말 또는 물타기로 전선을 흐리는 몽상가가 아니라, 켄 로치처럼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아끼지 않는 선하고 바른 사람이 진보의 미래다. 만약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면 차라리 당신의 절망과 좌절을 보듬고 입 다물라.

“When there is despair, the people from the far right take advantage,” “We must say that another world is possible and necessary.”

- Ken Loach, at the Cannes Festival Awards 2016

켄 로치가 2016년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칸 영화제에서 2번째 수상하면서 남긴 수상 소감의 일부다. 부디, 당신들의 절망이 극우에 이용당함으로써 또 다른 세상을 여는 걸림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ph : Rebel with a cause: Ken Loach. Photograph: Harry Borden for the Guardian

#켄로치 #진보 #좌파 #진중권 #조국 #정태인 #절망 #문민독재 #파쇼홍위병 #한국좌파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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