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시와 수필이 있는 마음에 쉼터 입니다
by 모르세

NOTICE

CALENDAR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 CLOUD

  • Total :
  • Today :  | Yesterday :

CATEGORY

분류 전체보기 (3692)
(855)
수필 (8)
서정시 (1)
트위터 (1991)
공지사항 (3)
페이스북 (817)
역사 (4)
유투브 (1)

RECENT ARTICLE

RECENT COMMENT

ARCHIVE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다소간 불만이 있을 수 있는 것과 별개로 최근의 비난 방식이 다소 부적절하다 느끼는 지점들이 있다.

1) 호텔식 공공임대주택

먼저, 공공임대주택 확충(호텔식, 복층식 등) 발표에 대해, '너나 공공임대주택 살아봐라'는 식의 대응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보면서, 정말 오늘날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휴거(휴먼시아 거X)나 임거(임대주택 거X)의 말들은 괜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임대주택을 혐오하는 어른들 밑에서 자라니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게 아닐까.

코로나19 확산 속, 아니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에어비앤비 등 공유 플랫폼 등장으로 관광숙박업 경쟁력을 잃어가는 시기, 호텔을 개조한 임대주택 확충이 과연 문제적 사안인가? 호텔사업자의 재산권을 전부 보장하며 그대로 임대 위탁을 맡긴다고 한다면,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호텔을 개조해 공공임대를 내놓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호텔 개조는 누구 발상이냐 하겠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높은 지가로 도심지 한 가운데 개발 가능한 주택용지를 구하는 게 극히 어렵다. 대학생을 기준으로 한다면, 서울 시내 대학 캠퍼스 근처에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이 고점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버블의 양상과 다른 점이 있다면, 다수의 상업용 필지 및 건물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는 점이다(영세 호텔 등은 도리어 위기이다). 강남구에서 수차례 거래되는 빌딩이 아닌 한, 현재 부동산 폭등 시기 속 상업 빌딩이 주춤거린다는 것은 정책 설계자에게 상업용 공간과 호텔부지를 활용한 '역세권 임대주택'을 설계할 수 있는 좋은 동인이 된다. 2020년에 신설되는 임대주택은 대부분 의정부나 호구포 등에 몰려 있는 이 상황에서, 서울 25개 구 내에는 그나마 간간이 다가구를 매입임대하여 불과 열 자리 수 이내로 임대 하는 것이 전부이다. 주택용지만을 활용하여 현 수요 욕구를 채우기에는 상당히 버거울 정도이다.

삼성, 합정, 연희동을 중심으로 5평 수준의 민간 단기임대주택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호텔식 공공임대주택이 숱한 비난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나의 부동산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모텔방'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상당히 악의적이고 과하다. 요컨대, 호텔식 공공임대주택은 하나의 정책 대안으로서 제시될 수 있고, 그것이 공공임대주택으로서 낮은 임대료와 거주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사회 초년생에게 선택가능한 주거 옵션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2) 13평형 공공임대주택

두 번째로, 전용면적 13평형 공공임대주택에 '네 가족이 살 수 있겠냐'는 문재인 대통령 질문에 대해 비난하는 것도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가연의 집은 인천 호구포 남동공단에 위치한 공공임대아파트다. 누군가 휴거(휴먼시아 거x)라고 부르는 그 곳에 산다. 추정컨대, 호구포역 휴먼시아는 남동공단이 바로 옆에 있어 공기가 좋지 않아 전국 휴먼시아 중에서도 환경이 좋지 않기로는 상위권을 다툴 것 같다. 내가 몇차례 처가집을 방문할 때마다 화장품 공장에서 불이 나면 온 동네 하늘이 시꺼멓게 가려지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13평형 네명' 발언이 논란화 된 이후, 가연의 집이 몇평인지 살펴보았다. 전용면적 기준 46.9제곱미터로 문재인대통령이 들렸던 집과 불과 한 평 차이인 14평형 정도이다. 장인어른, 장모님, 가연의 형님, 가연이 함께 살았던 아파트의 크기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평형과 유사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게, '신혼부부 2인과 아이1명이 표준인 집에 두 명도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했고, 후보자는 그에 '네'라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집을 둘러보며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말 아닌가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얼마나 부자인지 모르겠지만,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매달 이십몇만원의 월세를 낼 돈이 없어 겨우 허덕인다. 인터넷 댓글창에서 '너나 그 좁은 공공임대주택 살아라. 죄인아'라는 식으로 떠드는 동안, 휴먼시아에서는 가스비조차 낼 수 없어 입주자가 버너로 김치찌개를 끓여먹다가 집에 불이 붙어 온 가족과 이웃들이 도망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주거권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난한 이들의 생활고를 이해하지 않고 그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는 함부로 비난하고 평가한다. '그렇게 좁은 곳에서 살 거면 네가 살아보라'는 식으로 말한다거나, '너라면 평생 공공임대 살면서 휴거하고 싶냐'라는 식으로 힐난한다. 자기 주변에 공공임대주택에 살거나 공공임대주택을 기다리는 이웃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현재 주거문제와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가만히 지켜보자면, 대통령의 문제를 넘어서는 공공주택의 혐오 정서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호텔이 되었건, 매입임대가 되었건, 심지어는 아파트가 되었건, 사유재산으로서 분양되지 않는 모든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비난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3) 중대본의 3단계 격상 검토

이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유체이탈하였다는 의견이 많은 데, 엄밀히 말하자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결정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본부장은 현 국무총리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더불어 혼돈이 올 수 있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본부장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고, 그 외에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부처별로 꾸려져 있으며, 코로나19를 전담하는 보건복지부의 중수본 본부장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행정 조직도상 지켜보면 알 수 있듯, 중대본에도, 방역본부에도, 중수본에도 대통령의 이름은 없다. 재난관리와 방역관리는 국정 중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에 해당하며, 대통령이 본부장을 맡지 않고 장차관급을 비롯한 실무진이 투입되는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중대본, 3단계 격상이 불가피하다 판단될 시 과감히 결단해달라"고 발표했고, 사람들은 이에 대해 유체이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체이탈이 아니라, 맞는 말이다. 대통령이 본부장도 아닌데, 본부장의 권한을 무시하고 본인 스스로 3단계를 발표하면 그야말로 초법적 대통령이고 제왕 그 자체이다. 대통령도 행정직 공무원일 뿐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가 지닌 권위와 재난관리에서의 권위는 다른 문제이다. 3단계 격상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할 문제가 아니라, 정세균 본부장이 발표할 문제이다. 만일,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현 시간 부로 '3단계를 선포한다'고 직접 발표했다면 언론은 우호적이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중대본 등 행정기구의 발표를 뛰어넘어 대통령이 직접 판단하는 계엄령처럼 읽혔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것을 리더십이라고 칭할 수도 있겠다만 나는 그걸 쇼맨십이라고 본다.)

4) 정리

정리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방역대책 수립'과 관련하여 유체이탈했다는 비난을 많이 받는데, 공공임대주택 확충과 관련해서는 (1) 호텔용지를 활용하여 도심지 내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는 건과 (2) 전용면적 13평형의 공공임대주택의 수용 인원을 묻는 건에 대해 그 자체로 문제라 보기 어렵다 생각하며, 방역대책 수립과 관련해서도 (1) 대통령이 중대본 본부장에게 3단계 등 방역조치를 검토하라는 건에 대해서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졸지에 친문 호위대라는 말을 들을까 겁이 나는 건 사실인데, 작금의 비난들은 대통령을 향해있기보다 칼 끝이 결과적으로 '공공성'과 '절차성'에 대한 비난으로 향하고 있다.

'페이스북' 카테고리의 다른 글

David JooShik Lee  (0) 2020.12.14
서동하  (0) 2020.12.14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공공임대주택을 비하하는 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0) 2020.12.14
대한민국 청와대  (0) 2020.12.14
김찬식  (0) 2020.12.14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