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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이 있는 마음에 쉼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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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法頂 스님의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에서 모셔온 글입니다.

겨울 산에서는 설화雪花가 볼 만하다. 바람기 없이 소복소복 내린 눈이, 빈 가지만 남은 나무에 쌓여 황홀한 눈꽃을 피운다. 눈이, 빈 가지만 남은 나무에 쌓여 황홀한 눈꽃을 피운다. 눈이 아니라도 안개가 피어오른 자리에는 차가운 기온 때문에 가지마다 그대로 얼어붙어 환상적인 눈꽃을 피운다. 마치 은은한 달빛에 만발한 벚꽃을 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잎이 져버린 빈 가지에 생겨난 설화를 보고 있으면 보고 있으면 텅 빈 충만감이 차오른다.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는 빈 가지이기에 거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린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운 눈꽃이 피어난 것이다. 잎이 달린 상록수에서 그런 아름다움은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는 이미 매달려 있는 것들이 있어 더 보탤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 도반인 그는 맑음을 만들어내면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다. 그는 맑음을 만들어나면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다. 그의 생활 공간인 방에 들어가보면,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텅 빈 벽에 방석만 한 장 달랑 방바닥에 놓여 있을 뿐이다. 그가 즐기는 차의 도구마저도 눈에 띄지 않도록 벽장 안에 넣어둔다. 가사 장삼은 아예 법당 안에 걸어 두었다. 눈에 거치적거릴 게 아무것도 없다. 불필요한 것은 깡그리 치우고 필요불가결한 것만을 놓아둔 그의 방은 그대로가 커다란 침묵이다. 이런 방에 있으면 오고 가는 말이 없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넉넉하기만 하다. 청빈淸貧과 빈곤貧困은 가난을 동반하면서도 그 뜻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쪽은 스스로 선택한 가난이고, 다른 한쪽은 결핍에서 주어진 가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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