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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조성식 전 월간 <신동아> 기자가 쓴 글을 공유합니다. 현재 가장 큰 논란과 쟁점이 되고 있는 '검찰개혁'에 관한, 매우 공감가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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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검사들에게

2011년 몸담은 언론사 신문에 기명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다(언론계 부패 관행을 고발하는 글이 실리지 못하는 필화사건 등을 겪으며 6개월 만에 하차했다). 첫 회 칼럼 제목이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검사들에게’였다. 검경수사권 조정에 반발한 대검 간부들의 줄사표 소동과 김준규 검찰총장의 항의성 사직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다음은 칼럼 내용 중 일부다.

“검찰의 위기는 조직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 국민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검찰을 위한 검찰인 것이다. 더러 국민의 검찰이라는 칭송도 받고, 때로 정권을 위한 검찰이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검찰은 늘 스스로를 위해 존재해 왔다.”

당시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지금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었다. 형사소송법 196조에 경찰(사법경찰관)의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정도였다. ‘사법경찰권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핵심 조항은 요지부동이었다(196조 1항). 그런데도 검찰은 국회 법사위 심의과정에서 ‘검사의 지휘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시행령(196조 3항)이 ‘법무부령’에서 ‘대통령령’으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떼지어 항의를 표출했다(그때나 지금이나 이 공무원 조직은 위상이 깎이거나 권한이 줄어든다 싶으면 집단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줄사표 소동을 벌인 대검 간부 중에는 2007년 대선 때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명박에게 ‘BBK/ 다스 면죄부’를 준 김홍일 중수부장, 뒷날 박근혜 정부 때 서울중앙지검장 재임중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인 윤석열 검사로부터 수사외압 장본인으로 지목된 조영곤 강력부장 등이 있었다. 그때 사직해 후배 검사들의 칭송을 받은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민완 변호사로 변신해 연간 100억대 수입을 올리며 전관예우 비리의 화신이 됐다.

검찰개혁 당위성은 많은 사람이 입이 아플 정도로 떠드니 더 얘기하지 않으련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검찰개혁을 검찰 독립이나 중립성 확보로 간주하는 시각 말이다. 언론이 검찰 편을 들고, 저명한 지식인들이 정권을 때리고, 전국 검사들이 3.1운동 하듯이 독립시위를 벌이고, 법원마저 법무부 결정에 제동을 거니 그럴 만도 하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다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을 뿐이다. 현상이 본질을 가리는, 일종의 착시효과다.

시대정신은 검찰 독립이 아닌, 검찰권력의 해체를 원한다. 독립성과 중립성을 유지하되 민주적 통제를 받는 검찰 말이다. 관건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과도한 권한의 분산이다. 이 간단한 이치를 이해하면 무엇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지 알 것이다. 참고로 얘기하면, 검찰은 노무현 정부 때 획득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반납했다.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실장이 검찰을 뒤에서 흔들고 조종했다. 장관이 수사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하고, 일부 검사들은 총장을 제치고 청와대와 직거래했다. 검찰은 정권이 원하거나 용인하는 수사를 하면서 거의 한몸으로 움직였다. 지금 추미애 장관이 수사지휘권과 감찰권으로 검찰을 통제하려 든다고 비난하는데, 이는 사실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선수들끼리는 다 아는 얘기지만, 과거 검찰 선배가 민정수석이나 법무부 장관 할 때는 굳이 공개적으로 수사지휘권이나 감찰권을 행사할 필요가 없지 않았나? 원인을 외면하고 결과만 놓고 비판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당시 칼럼 제목을 그리 정한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은 검찰조직의 힘을 빼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면 검사들에게도 좋다는 취지였다. 검찰은 행정부 산하 조직이지, 독자적 권력을 쥔 사법부가 아니다. 수사기관이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고 힘이 넘치면, 하지 않아도 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게 된다.

어떤 의도에서든 국회 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를 그토록 거칠고 잔인한 방식으로 수사한 건 정도가 아니었다. 일부 속기사 기자나 얼치기 지식인, 치우친 시민운동가만 빼고 온 국민이 아는 바지만, 시급을 다투는 중대 권력형 비리도 아니었다. 생각할수록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 검찰 기관지 노릇을 한 언론의 공이 컸음은 물론이다. 수사부터 벌이고 증거를 찾아나선 건, 죄가 아닌 사람을 겨냥한 전형적인 표적수사였다, 범죄혐의 가짓수를 늘리려 끝없이 파헤치고, 가족 친척까지 털어대고, 무자비하게 사생활을 까발리는 폭력적 수사는 조국 사태를 끝으로 이 땅에서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표창장이 어떻고 사모펀드가 어떻고 하는 건 그 다음 따져볼 일이다. 재판 결과 죄가 있으면 벌을 받겠지만(워낙 이것저것 갖다붙여 놓아서...), 꿈 내용까지 범죄증거로 삼으려는 걸 보니 실력 없는 검사들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다는 공명심에 불타 무모한 수사를 벌인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토착비리 혐의에 대한 경찰수사가 청와대 하명수사라는 증거가 희박한 가운데 정당의 공천 조정 문제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거나(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감사원 감사 정도가 적당한 정부 정책에 칼을 들이댄 것(원전 관련 비리)도 지나쳐 보인다. 다 힘이 넘치기 때문이다. 과도한 자부심과 사명감(?)도 한몫한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내로남불’이라면, 윤석열 검찰은 ‘과유불급’이다. 수사논리를 인정한다 해도 말이다.

검찰 내 다수파인 형사부 검사들은 한 달에 수백 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과도한 업무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소수정예 특수부 검사들은 실적을 내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이거나 하명수사를 이행하느라 불면의 나날을 보냈다. 검찰개혁이 완성되면, 기소와 공소 유지에 전념하면 되니 업무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전관예우 풍속도 바뀔 테니 사법정의 실현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만큼 검찰의 기능도 제도 취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하더라도 선출된 권력(대통령, 장관, 국회 등)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건 상식이다. 이건 특정 정권과 상관없는 일이다. 이를 국정감사장에서 강하게 부정한 검찰총장의 인기가 올라간다니, 세상 이치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선한 정치권력이 없듯이 정의로운 검찰권력도 없다. 권력의 속성 탓이다.’(<나도 한때 공범이었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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