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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 옴]

[경제]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96만 원 불기소 검사들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분석

그래도 검사가 나름대로 한국에서 최고의 기술자로 꼽히는 직업인데 ‘96만 2,000원 불기소’는 진짜 웃겼다.

잘 좀 쪼개서 80만 원대쯤으로 낮춰야 덜 쪽팔린 법인데,

검사들은 100만 원에서 고작 3만 8,000원 모자란 96만 2,000원을 불기소 사유로 내세웠다.

아, 웃기려고 그런 거면 이번 건은 정말로 성공했다.

한 가지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왕 웃기는 길로 나설 거였으면 아예 99만 9,999원으로 불기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 정도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을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는 그 이야기다.

알다시피 검찰의 불기소 사유는 향응을 받은 금액이 96만 2,000원으로 100만 원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쳤다는 것이었다.

100만 원이면 김영란 법 위반인데 그보다 1만 원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사실

검찰도 96만 2,000원 불기소가 얼마나 웃긴 이야기인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걸 몰랐으면 그 뇌는 뇌가 아니라 우동사리다.

그런데도 이 웃긴 일을 감행하는 이유는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는 검사는 그래도 된다는 오만일 것이고,

둘째는 그것이 바로 그들이 생존해온 방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정과 은행가의 역설

레다 코스미데스(Leda Cosmides)와 존 투비(John Tooby)는 1996년 ‘우정과 은행가의 역설(Friendship and banker’s paradox)’이라는 놀라운 통찰이 담긴 연구를 발표했다.

두 사람은 부부인데 아내인 코스미데스는 심리학자, 남편인 투비는 인류학자다. 이 부부는 공동 작업을 통해 진화심리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남겼다.

은행이란 곳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은행은 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돈을 덜 떼일 것 같은 사람에게 대출을 해준다.

미국에서는 신용점수인 피코 스코어(FICO score)가 700점에 못 미치면 차도 할부로 살 수 없다.

이러다보니

가난한 민중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대출에서 소외된다.

부자는 부자라는 이유로 저금리의 혜택을 마음껏 누린다.

정작 돈이 당장 필요한 쪽은 가난한 민중들인데도 말이다.

코스미데스와 투비는 이런 현상이 원시 공동체 사회에서부터 이어져왔다고 분석했다.

사바나의 연약한 동물인 인류가 거친 초원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이뤄 협동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그 협동의 가장 중요한 기반은 당연히 우정이었다.

문제는

인류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우정의 네트워크가 강자들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이다.

공동체 구성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더 강한 자들과 우정을 나누기를 희망했다.

강자들 역시

당연히 자기들의 지위를 더 공고하게 만들어줄 다른 강자들과의 우정을 선호했다.

이러다보니 강자들은 강자들끼리 모여 네트워크를 만든다.

정작 강자들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약자들은 약하다는 이유로 강자들의 네트워크에서 배제된다.

-강자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방법

그러면 생각해보자.

강자 네트워크의 위력이 너무 강력하기에 사회 구성원 중 대부분이 이 강자 네트워크에 가담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강자 네트워크는 아무나 끼워주지 않는다.

“내 이름이 최강자인데 혹시 안 끼워주나요?”라고 애걸해도 소용없다.

그들이 원하는 강자는 최강자 씨나 김강자 씨가 아니라 그야말로 힘을 가진 강자(强者)이기 때문이다.

코스미데스와 투비는

“강자들은 우정 네트워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혹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포장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검사들의 네트워크는 분명 강자들의 네트워크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는 너무나 공고해서 아무나 끼어들 수 없다.

거기에 끼어들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검사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포장해야 한다.

검찰 출입 기자들이

검사가 흘리는 정보를 검사 입맛대로 받아쓰는 이유도, 검찰 출입기자단이 모든 출입처 가운데 가장 높은 진입장벽을 고수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일단 검사들이 흘리는 정보를 검사 입맛에 맞게 쓰는 건 출입기자 외에 아무도 못한다.

그런데

검찰 출입기자가 많아지면 이런 지위가 매우 불안해진다.

나 외에도 이 짓을 할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코스미데스와 투비에 따르면 강자 네트워크에서 살아남는 지름길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경쟁자는 적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다.

-96만 2,000원 불기소의 진실을 추정해보자

이제 본론인 96만 2,000원 불기소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검사가 이 말도 안 되는 개그를 감행한 이유는 이 행동이 강자 네트워크에서 살아남는 독보적인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사건을 담당한 검사들도 잠깐 고민은 했을 것이다.

96만 2,000원 불기소는 자기가 봐도 웃긴 짓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짓을 했다.

그들은 잠시의 쪽팔림을 무릅쓰고

“총장님 이하 높으신 분들, 보셨죠? 96만 2,000원 불기소 같은 건 쪽팔려서 아무나 못하는 겁니다.

이건 나만 할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 메시지는 실로 강력하다.

96만 2,000원 불기소 검사 팀은 분명히 강자 네트워크에서 한자리를 얻었을 것이다.

문제는

누군가가 저따위 짓으로 강자 네트워크에서 자리를 얻는 순간 대한민국의 검찰은 멍멍이판이 된다는 점이다.

저 코미디를 본 다른 검사들도 몸이 닳아 너도나도 저 짓을 할 것 아닌가?

앞에서는 웃기려고 한 이야기였지만,

진짜로 언젠가 99만 9,999원짜리 불기소가 나올지도 모른다.

범죄를 수사하고 범인을 기소하는 권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이들은 힘없고 약한 민중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검사들은 그 힘을 강자 네트워크의 쿵짝쿵짝에 사용한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검찰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지만 이번 96만 2,000원 불기소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검찰을 개혁하는 일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그 어느 것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민중의 소리-

-광주인뉴스. 사람사는세상 항꾸네tv(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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