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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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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연주 변호사는 페친이다. 이 말은 실친이 아니라는 말이고 더하여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이연주 변호사 글을 페북에서 처음 봤을 때 놀란 건 필력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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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글은 원래 군더더기 없이 한 방에 내리 꽂히는 글이다.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유명인의 말 인용하고 어려운 개념 끌고 들어와 배배꼬는 글은 별로 인정 안 하는 편이다. 아무리 어려운 개념이나 상황을 말하는 글이라도 쉽게 끌고 갈 수 있어야 진정한 글쟁이라 보기 때문이다.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읽는데도 무슨 말인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글은 쓰는 사람조차 ‘자신이 정작 뭔 말을 하는지 모르고 쓴 글’일 확률이 높다. 잘난 척은 하고 싶은데 그에 비해 아는 게 적을 때 흔히 망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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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이연주 변호사 글은 분명히 전문적인 법조계에 관련된 내용인데, 심지어 나란 인간은 지가 아는 분야 빼고는 무식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인데도 아주 쉽게 읽혔다. 글이 끌고가는 대로 주욱 훑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끝나 있었다. 아, 그랬었구나, 오홍, 그런 거였어? 하며 끄덕거리게 만드는 글. 내가 좋아하는 류(類)의 글이다. 그리하여 그녀와 페친이 되고 난 후 매번 글을 재미있게 읽고는 했는데 이번에 책으로 나왔다. 바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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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는 1도 관계없는 내가 이전부터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게 있었는데, 2015년 김홍영 검사의 자살, 2018년 서지현 검사의 미투,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 2012년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사건 등등과 같이 굵직굵직한 사건이 벌어질 때였다. 검찰은 두 눈 번히 뜨고 있는 국민들 앞에서 대범하게 ‘그대로 묻어버리기’ 신공을 발휘했다. 저들은 당췌 우리를 뭘로 보는 걸까, 잠시 궁금해 하다가 알아버렸다. 응, 이런 걸 개무시라고 하는 거지. 안태근이 뻔뻔하게 기어 나오는 화면을 보면서 기막혀하던 심정은 이번 이연주 변호사의 책을 읽으면서 숨통이 좀 뚫렸다. 그래, 그런 배경에서 그렇게 이루어진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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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김미옥 샘 역시 페친이다.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말이고 아울러 인연을 맺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그녀의 필력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놀라웠다. 필력도 필력이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무한정 쏟아져 나오는 글, 글, 글. 게다가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읽어대는 엄청난 양의 독서. 심지어 더 까무라치게 만드는 건 이미 쌓아놓은 어마무시한 인문학적 교양. 항간에 실존 인물이 아니라 ‘봇’이라는 말이 떠도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어지간해서는 먼저보기로 글을 읽는 경우가 없는 내가 김미옥 샘 글은 먼저보기로 읽고 있는 중이다. 공부하듯 읽는다. 이 분이 이연주 변호사 글에 주석을 달 듯 논평을 달았다. ‘팩트 체크’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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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느 순간부터인가 ‘포르체’라는 출판사가 자꾸 눈에 띄었다. 아니 출판사보다 사실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목을 뽑아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한때 나도 그 언저리에서 일한 적이 있어 안다. 제목은 작가의 몫이라기보다는 에디터의 감각이다. 누굴까. 살짝 궁금해졌다. 매우 젊은 감각이다. 한 달에 두어 번 이상은 대형 서점에 나가 매대를 훑는 게 일상처럼 되어 있는 내 눈에 포착된, 젊고 영리한 감각을 지닌 그는 누구인가. 알고 봤더니 박영미라는 신생 출판사 대표다. 상당히 매혹적인 느낌의 젊은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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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연주 변호사가 쓰고, 김미옥샘이 논평을 달았다는 것. 더군다나 이 두 사람을 묶을 생각을 한 박영미 포르체 대표.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사서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덧>

책의 내용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그냥 사진으로 대체한다. 내 오래 된 습관이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생각을 적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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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덧>

그래도 아쉬워서 하나만.

13쪽의 김미옥 샘의 프롤로그 글 중 한 구절에 덧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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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집단 무감각은 오랜 관습의 스폰서 문화와 전관예우, 상명하복의 철저한 조직정신으로 부하의 성마저 복종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또한 조직의 구성원까지 소모품으로 취급한다. (p 13, 김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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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절에서 말하는 게 바로 ‘관행’이다.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해오는 것들, 이것들은 해당 집단의 무의식에 뿌리를 내린다. 막상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관행'이라는 이름의 벌레가 어느 날 햇빛 아래 드러나 문제가 되었을 때 그물에 걸려든 ‘일부’의 사람들은 울부짖는다. 억울하다고,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고, 이제까지 한두 명이 아니었는데, 쟤는 어째서 안 잡느냐고 발버둥 친다. 자신만 재수가 없다고 발악을 하며. 그럴 때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물이, 모든 물고기를 다 잡는 거 봤느냐. 이 모자란 자식아’,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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