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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이 있는 마음에 쉼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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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찍혀서도 멀쩡히 살아가기 --

누구 하나 자기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먹고 살기 위해 몸에 터럭과 겨와 똥을 묻힐 수밖에 없다. 그런 게 안 묻어 있는 사람이라면, 몸부림쳐보지 않았다는 뜻밖에 안 된다.

내 몸에도 역시 터럭과 똥이 묻어 있다. 더러는 부지불식간에, 더러는 알면서도 그랬다. 진흙탕 속에서 팔다리를 휘젓다 보면 도저히 안 그럴 수가 없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아니 의사들도 그러느냐고 놀라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의사는 고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라 생각하는 듯)

내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 후 처음 '강호'에 들어가 페이 닥터로 취직을 했을 때, 당시 원장이 이렇게 말했다. "환자에게 잘해주려는 마음이 있다면 당장 버려라"

그 말 뜻은 환자가 왜곡된 인식을 갖고 성형을 하러 왔을 때, 굳이 팩트를 설명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환자는 팩트를 믿고 싶어하지 않고 거짓 (환타지)을 믿으려 하기 때문에, 내가 사실은 이렇다고 말을 해 봤자 어차피 나가서 다른 의사를 쇼핑할 꺼란 거다. 그러니 환자에 대해 잘해주려는 애정따윈 없어야 성공한단 뜻이다.

나는 성형에 대해 팩트를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었다. 그러나 '강호'의 현실은 '환타지'뿐이었다. 왜곡된 환타지를 온,오프라인에 미친듯이 뿌려놓는 것. 그게 강남의 수천 개가 넘는 성형외과들이 앞다투어 하는 일들이었다. 그 환타지의 낚시에 걸려드는 사람들은 밀밥을 문 낚시 대상일 뿐 환자가 아니었다.

오래 전부터 이미 '성형 시장'은 브로커 (거간꾼)들에 의해 잠식되고 있었다. 브로커들이 환자를 끌어모으고 의사를 사실상 '고용'하는 병원을 '사무장 병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무장', '브로커'들은 모습만 바꿔서 계속 진화했다. 요즘은 성형 애플리케이션이란 이름으로 등장하여 합법적으로 광고를 뿌리고 환자 개인 정보를 병의원에 유통시켜 돈을 챙겼다.

브로커들은 의료기기 시장에도 진출했다. 가슴 수술에 쓰는 보형물들 중 듣도 보도 못한 것을 수입하더니 그걸 '명품 보형물', '프리미엄 보형물'로 둔갑시켜 환자들에게 비싼 값에 수술하도록 유도했다.

이런 판국에 팩트를 얘기하여 진실을 유포하긴 커녕, 숫제 브로커들, 의료 기기 보따리상과 결탁해서 지분을 획득하는 의사들이 많았다. 이런 의사들은 "이 보형물이야 말로 품질 최고. 환상적. 부작용 0%" 이런 낯뜨겁고 말도 안되는, 도무지 의사로선 눈을 뜨고 볼 수도 없는 광고들을 하면서 프로모션에 협조했다.

내가 이른바 '명품' '프리미엄' 보형물 따윈 없다. 수술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주의깊은 관심과 실력에 의하지, 어느 회사의 비싼 제품을 사다 넣는 것이 부작용 없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는 것은 허위 사실 유포일 뿐이다라며 자꾸 비판을 하자

이후 유방 성형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주혁 원장 실력이 문제가 있다, 인성도 문제가 많다는 식의 명예훼손성, 모욕성 댓글들이 여기저기 계속 나돌기 시작했다. 하도 많길래, 그걸 캡쳐해서 고발을 넣었더니 그런 댓글들을 올린 IP는 모조리 다 한 군데, 해당 제품 판매사의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성형 광고쪽을 잘 아는 사람이 나한테 말을 했다. 그는 해당 보형물 판매사에 돈을 투자한 성형외과 원장님들한테 내가 '찍혔다'라고 했다.

허위 광고, 과장 광고, 수술 효과 조작, 부작용 은폐, 브로커와의 결탁. 특정 의료기기 과대 선전. 등등의 이런 행위들은 필연적으로 사무장들의 병의원 지배로 이어지게 되어 있고 그 끝은 꼭 무리한 수술로 인한 의료 사고로 귀결된다. 고 권대희군 사건같은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나는 아직도 찍혀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원장님들이 나의 동기이거나 선후배이고 건너 건너서 다 알게 될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런 사람들한테 찍혀 있다는 사실은 매우 힘들기도 하지만 이 '바닥'이 이렇게 돌아간다는 사실에 대해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다.

내가 해당 보형물 판매사를 명훼로 고소하였는데 경찰서가 세 번쯤 바뀌더니 수사 기간만 몇 달이 걸렸다. 잘 아는 변호사 형이 얘기하길 '그 정도는 약과'였다고 했다. 검찰은 더 했다. 몇 달을 질질 끌고 이 청 저 청으로 또 담당자를 계속 바꾸더니 무혐의 처분을 해 버렸다. 무혐의의 이유가 걸작이었다. "명훼를 한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달랑 종이 한 장 보내고서 끝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검찰과 경찰을 믿지 못한다. 그건 꼭 이 사건때문만은 아니다. 특히 검찰은 구름 위에서 노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국민으로서 내는 소원, 민원들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나는 '인맥 관리' 능력은 완전히 낙제점인 듯하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찍혀 있으니. 그러나 어쩌겠나 싶다. 찍혀 있어도 어쨌든 살아가는 방법. 그런 거나 잘 연구해 봐야겠다. 오늘도 열심히 해당 제품을 비싸게 광고하고 있는 병의원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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