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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니 12시가 넘었으니 이제는 그저께가 되었군요. 제가 유투브 방송에 출연해 말했던 내용 중 부연할 필요가 있는 것들이 있어, 글로 정리하겠습니다. 사실 다른 전문가들이 글을 써주시기를 바랐습니다만 아직 올라온 글을 보지 못했는지라, 결국 제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1. 윤석열의 집행정지 결정

윤석열 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이 났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 상황이 공익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집행정지를 했다고 합니다.

이 결정에 대해 법리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 설명을 하겠습니다.

문제의 집행정지결정은 행정소송법 제23조에 근거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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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조(집행정지) ①취소소송의 제기는 처분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에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

②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처분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본안이 계속되고 있는 법원은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처분등의 효력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이하 "執行停止"라 한다)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처분의 효력정지는 처분등의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을 정지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③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④제2항의 규정에 의한 집행정지의 결정을 신청함에 있어서는 그 이유에 대한 소명이 있어야 한다.

⑤제2항의 규정에 의한 집행정지의 결정 또는 기각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할 수 있다. 이 경우 집행정지의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에는 결정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다.

⑥제30조제1항의 규정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집행정지의 결정에 이를 준용한다.

(제30조 제1항은 취소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것으로, 집행정지 역시 행정기관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준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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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규정 2항을 보시면, 집행정지 제도의 목적이 “처분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 결정에서는 법원이 검찰총장의 공백을 이러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로 판단한 것이 됩니다.

그런데 3항을 잘 보면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3항에는 “공공복리“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그러니까 공공복리 문제는 2항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는 구별됩니다. 그렇다면 “공공복리” 때문에 집행정지를 한다면 2항이 아니라 3항에 근거해 집행정지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3항의 규정 형태를 보시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집행정지를 하여야 한다..가 아니라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공공복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면 집행정지를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요?

이 혼돈의 카오스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사법연수원 역사상 가장 마지막 교재인, 2018 행정소송법 사법연수원 교재 228쪽에 나오는 “집행정지”에 대한 설명을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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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손해'는 신청인의 개인적 손해여야 한다. 항고소송이 개인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 이상 집행정지에 의하셔 구제하려는 손해는 개인적(자연인, 법인, 단체 등) 손해에 한하고, 공익상 손해 또는 제3자의 손해는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업취소처분으로 말미암아 그 영업소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인근주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한 집행정지신청은 허용되지 않고, 공무원 해임처분의 집행정지를 구함에 있어 그로 인하여 공무원 자신이나 가족의 생계유지 곤란 등을 이유로 하는 것은 가능해도 자신의 해임으로 공무수행이 지장이 있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있다는 등의 주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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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설명을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내용이 명백하니까요.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에서 말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는 개인적인 손해를 말하는 겁니다. 윤석열의 경우라면 검찰총장 월급을 못 받으면 생계가 어렵다는 사실, 또는 검찰총장 이름을 유지하지 못하면 개인의 명예에 회복하지 못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 등이 인정될 때 집행정지를 할 수 있습니다.

연수원 교재에서 말하는 것처럼, 집행정지 하지 않으면 공익에 피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집행정지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검찰총장 직위에 공백이 발생하면 공익에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예 고려할 대상이 아닙니다.

연수원 교재가 이렇게 명백하게 기술하고 있는 것을 보니, 판례도 당연히 그럴 것 같죠? 물론입니다. 이런 취지의 판례가 한두 개가 아닙니다.

최근 판례 하나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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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은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처분 등의 효력 등을 정지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로서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금전보상으로는 사회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 무형의 손해를 일컫는다. 그리고 ‘처분 등이나 그 집행 또는 절차의 속행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는 처분의 성질, 양태와 내용, 처분상대방이 입는 손해의 성질·내용과 정도, 원상회복·금전배상의 방법과 난이도 등은 물론 본안청구의 승소가능성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8. 7. 12., 자, 2018무600,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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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집행정지 해준 서울행정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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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침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부분 한국방송공사 이사로서의 권한에 관한 침해이다.

그런데 한국방송공사 이사의 권한은 대통령의 임명에 따라 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부여되는 것으로서 그 자체로 신청인에게 귀속되는 일신전속적인 권한이라 보기 어렵고 비대체적인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해임처분으로 인하여 이사로서의 직무수행에 지장이 있다고 하여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행정법원 2018. 1. 15.선고 2018아10051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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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검찰총장 직위가 공백이라는 “공익적” 이유는 집행정지를 인정할 요건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면 제23조 제3항은 무슨 의미일까요?

다시 연수원 교재를 인용합니다. 같은 교재 230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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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분의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그것이 신청인이 입을 손해를 희생시켜서라도 옹호할 만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집행정지를 할 수 없다.

모든 행정처분은 근거가 되는 법률이 추구하는 공익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므로 그 집행을 정지함은 공익에 해가 될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란 그와 같은 추상적·일반적 공익침해의 우려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처분의 집행정지로 말미암아 구체적이고도 개별적으로 공익에 중대한 해를 입힐 우려가 높은 경우를 말하고, 피신청인에게 소명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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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제23조 제2항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인정되면 집행정지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손해가 있더라도 집행정지를 하게 되면 공익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경우라면 집행정지를 해서는 안 됩니다.

윤석열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만약 윤이 총장직을 수행하지 못 하게 되었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는 개인적인 손해, 예를 들어 월급을 못 받아서 생계가 너무 힘들어져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등의 사실이 인정되면 집행정지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윤이 월급을 못받아 굶더라도, 그래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되더라도, 윤이 검찰총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공익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면, 집행정지를 해주면 안 됩니다.

이것이 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제3항의 구조입니다.

이제 제가 굳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번 결정이 타당한지 여부를 각자 판단하실 수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2. 아쉬움

제가 출연했던 유투브 방송의 대본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검찰개혁 하려면 이런 정도의 시련과 혼란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의 일 처리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할 말이 있었는데, 방송 시간이 부족해 언급하지 못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집행정지 결정 과정에서 다들 느끼셨을 테지만, 결정권을 사법부로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물론 저는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의 징계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판사 사찰 문제는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FM대로 따지면, 추 장관이 이 사실을 알면서도 신속히 조치하지 않았다면 그것 자체가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범정을 동원해 판사를 사찰하고 그 정보를 (과거) 대검 특수부에 넘긴 총장이 그대로 검찰을 지휘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원론적으로는, 법원에게 최종적인 결정권을 주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고, 적절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는 윤을 굳이 임기 도중에 무리해서 해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을 강제로 해임하면 행정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고, 결국 대통령이 아니라 법원이 윤에 대한 정당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저는 가능하면 이런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윤의 케이스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른 문제들에서도 “법원에 최종 결정권을 주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법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 그러니까 모든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가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은 다들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윤석열 개혁과 검찰 개혁

2와 연결되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제 검찰 개혁 문제를 다시 차분하게 바라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윤과 검찰이 총력전 모드로 전환함에 따라, 윤석열 문제가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떠올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것이긴 하지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윤석열 개인이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윤석열과의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서 검찰 개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윤석열이 승리한다고 해서 검찰개혁이 실패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금 이 둘이 상당부분 연결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른 문제입니다.

윤석열에게 초점이 맞춰지면서, 윤석열을 기준으로 검찰개혁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윤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대적이지 않으면 검찰개혁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임명하고 지금까지 재직하도록 만든 대통령이야말로 검찰개혁을 가장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어이없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윤 만큼이나 윤을 옹호하는 검찰도, 언론도, 사법농단을 비호하는 법원도, 그들과 한통속인 정치인들도 나쁩니다. 윤 하나만이 아니라, 그 구조 전체를 깨는 것이 검찰개혁입니다.

윤에 매몰되어 이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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