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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중요한 건 암기된 지식이 아니다. 보도준칙이나 언론윤리를 달달 외운다고 저절로 좋은 기자가 되는 건 아니다. 언론윤리를 암기하고 있는 기자들을 별로 보지도 못했지만, 기자에게 진짜 중요한 건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판단력과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지 않은 공감능력, 그리고 정의감이 아닐까 한다. 30년을 기자로 밥 먹고 살면서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끼고 배운 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판검사들은 어떨까.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법시험에서든, 로스쿨 입학시험에서든 변호사 시험에서든, 인문학적 소양과 공감능력과 판단력과 정의감을 측정하는 시험이 있다면, 그 문을 통과하지 못했을 현직의 판검사들도 꽤 되지 않을까. 전교 1등이라 하여 자동으로 좋은 법조인이 되는 건 아니다.

5년차 기자가 되기 전에는 펜을 주지 말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판검사들도 변호사로 5년 이상 세상을 겪고 느끼며 실전으로 배운 이들 중에서 임용하는 게 옳지 않을까. 김수환 추기경은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이 걸렸다고 고백했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제도를 바꿔라.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면 좋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일하게 된다. 그게 진정한 개혁이다. 국회 180석은 그렇게 하라고 준 거다.

 

 

 

<위기의 민주주의>

브라질의 제35대 대통령 룰라. 그는 가난으로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닌 게 학력의 전부인 노동운동가였으나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재임 기간 중에 악명 높았던 브라질의 빈부 격차를 줄였고 교육과 복지를 바꾸는 정책으로 브라질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끌어올기기도 하였다.

개혁은 기득권과의 갈등이고 싸움이다. 부자에게 돈을 쓰는 건 투자라고 하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쓰는 건 왜 비용이라고 하는가. 그가 남긴 명언이다. 그의 지지율은 퇴임을 앞둔 때에도 80%가 넘는 고공행진을 했었다.

퇴임 후에도 그는 존경받는 지도자였다. 그랬는데, 그가 부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걸 국내 언론의 보도로 알게 되었다. 재임 중에 건설회사로부터 아파트를 뇌물로 받았다는 보도였다. 실망이 컸다. 몹시 컸다. 가면을 쓴 이중인격자처럼 느껴져 욕도 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룰라에 대한 수사는 룰라 이후로도 계속 이어진 진보 정권의 개혁에 대한 수구 카르텔의 정치 쿠데타의 한 부분이었고, 룰라에 대한 기소는 수구 카르텔의 협력자인 브라질 검찰의 정치적인 기소였다. 증거는 없었다.

아파트를 뇌물로 받았다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룰라의 요구에 기소 검사는 이렇게 답한다. 증거는 없다. 당신이 증거를 없앴으니 증거가 없는 거다. 그러니 증거가 없다는 게 바로 증거다.

증거를 없앴기 때문에 증거가 없는 것이 범죄의 증거라는 해괴한 논리, 물론 증거를 인멸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법정에 나온 룰라는 이렇게 말한다. 헌법과 법률을 존중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내가 원하는 건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한 범죄가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판사는 룰라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기소를 한 검사와 판결을 내린 판사는 한 몸이었다.

룰라 퇴임 이후에 벌어진 브라질의 정치 퇴행을 서술한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탄핵에서 룰라까지>를 보고 알게 된 내용이다. 그 다큐를 보면서 몹시 미안했었다. 검찰과 마찬가지로 수구 카르텔의 협조자인 브라질 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옮긴, 룰라에게 비우호적인 국내 언론의 보도에 부화뇌동하여 룰라를 비난하고 욕했던 것이 몹시 미안했고, 정치 후진국이라고 브라질을 조롱했던 것이 또한 했다. 브라질이나 한국이나, 글쎄 얼마나 다를까. <위기의 민주주의> 꼭 보시라, 강추!

덧. 수구 동맹의 정치 쿠데타로 브라질에서 진보정권은 무너지고, 독재시절의 고문 등 민주주의 탄압을 두둔하는 퇴역 군인이 대통령에 선출되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악어로 변할까봐 맞기 싫다는, 갖가지 기행과 막말로 브라질을 모범국가가 아닌 ’망신국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룰라를 수사하고 기소한 검사는 법무장관에 발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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