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이라구?
기자님들, 제발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기사 작성에서 벗어납시다. 생각 좀 해보자구요.
해방 후에 수립된 정부에서 검찰의 구성은 독립투사 잡아 고문하던 일제 고등계 형사 노덕술처럼 일제에 부역하던 검사들이 다수였을 겁니다. 그 이후의 검찰은 어떠했는지, 우리 검찰의 과거를 되짚어봅시다.
어제 ‘간절한 사죄’를 한 국힘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통령이 외국으로 쫓겨난 적도 있는데 그 시절의 검찰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나요? 측근의 총에 맞은 대통령도 있었는데, 그 시절의 검찰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나요?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선 대통령도 있었는데, 그 시절의 검찰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나요?
그랬나요? 그랬는데도, 외국으로 쫓겨나고 측근의 총에 맞고 포승줄에 묶여 법정에 섰던 독재자가 군림하던 시절에 검찰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나요? 권력자에게 맞선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나요? 그랬는데도 그 독재자들인 검사들의 우두머리를 징계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윤석열 징계가 헌정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인가요?
다시 김종인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고,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 승계 과정에 편의를 봐준 혐의가 있고, 비선이 국정에 개입하여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권력을 농단한 죄상도 있다고 했는데, 그 시절의 검찰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나요? 그랬는데도, 그런 일이 벌어졌나요?
우리 헌정사에서 검찰은 단 한 번도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일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한 대통령에겐 대들고 물어 뜯었지요. 애완견에겐 이쁨도 주고 먹이도 주어야 하는데, 독립적으로 생활하라 하니까 물고 뜯은 거라는 말이 회자되었더랬지요.
독재시대의 검찰총장들이 단 한 번도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는 건 거꾸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검찰의 과거입니다.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었다는 반증이니까요. 부정한 시대의 검찰총장이 단 한 번도 권력과 맞선 적이 없다는 건 반성해야 하는 검찰의 과거입니다. 그 부정을 방임하거나 그 부정에 협조했다는 반증이니까요.
검찰총장 임기제는 민주화의 산물입니다. 검찰이 권력이나 금력에 유혹에 빠지지 말고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법을 집행하라고 선물을 준 겁니다. 검사들의 대표가 국민과 또는 정치권력자와 고스톱을 해서 딴 사유물이 아닙니다. 기자들이 ‘헌정 사상 첫 검찰총장 징계’라고 기사를 쓰는 건 과거를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겁니다.
어떠한 징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검찰총장 윤석열, 참 오만방자합니다. 자기가 검찰공화국의 우두머리라 착각하고, 누구도 검찰을 건드릴 수 없다는 오만함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검찰총장 임기제의 의미를 모르는 듯합니다. 검찰의 과거를 모르는 듯합니다. 기자님들, 그것부터 취재해서 기사를 쓰세요. 헌정 사상 첫 운운하는 상투적이고 기계적인 기사는 신물이 납니다.
12/16 검난섬멸전(檢亂殲滅戰) 34: 끝나지 않은 검난섬멸전
1.
생일 선물로 50만원 정도 용돈을 기대했는데 3만원 정도 받은 기분이다.
잠깐 잠들었다 깨어나서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확인했으나 '정직 2개월'이 맞았다.
이걸 보려고 밤을 꼬박 세웠다니...
2.
징계위원회가 이상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그런 것은 아니다. 도리어 나는 징계위원들은 신뢰가 간다. 그렇다면 그런 결정이 나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밤을 세워 기다린 국민들 기대(?)에 못 미치는 판단이 나온 이유에 대해 최대한 냉정하게 생각해 보았다.
3.
가장 큰 이유는 사법부 때문이다.
보수적인 성향이건, 검찰에게 사찰을 당해 약점이 잡혀 있건, 혹은 검찰과 이해관계를 비슷하게 하는 기득권이라 그렇건 윤석열이 면직 이상이 나올 경우 그 결정이 사법부에 의해 '뒤집힐 가능성이 많다'는 고민 때문에 '정직 2개월'이라는 애매한 판단이 나온 것 같다.
4.
윤석열 측에서 <징계명령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고, <징계명령 취소 소송>이 들어가도 사법부가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뒤엎는 판결을 내리는 것을 막는 것에 모든 것을 집중한 결정인 셈이다.
지난번 윤석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것을 보면 얼마나 사법부가 보수적이고, 검찰과 여론의 눈치를 보는지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5.
때문에 징계위원회에서는 해임은 고사하고 '정직 4개월'도 아닌 '2개월'이라는 어정쩡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왜 그들도 밤을 세워 격론을 벌였는지 냉정하게 생각하니 알 것도 같다.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는 윤석열 입장에서는 승복을 하기에도 혹은 불복을 하기에도 정말 고민되는 수위에 해당한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윤석열의 '과도한 징계'라는 불복을 기각하기에 부담(?)이 적은 수위의 징계이기도 하다.
6.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직 2개월'은 <검사징계법>상 '중징계'라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최초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선례를 처음 만들었다.
윤석열 개인에게는 검사로서 2번째 징계를 받은 것도 큰 오명이다. 두번의 징계를 받은 검사가 정치를 한다고??
7.
어제 밤을 꼬박 세운 우리의 체감상으로는 매우 약한 징계라 느껴지지만 검찰총장 '최초의 징계' 그리고 '중징계'라는 것은 다음 단계로 검찰수사에 바로 착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어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공식적인 출범에 착수한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기에도 부족함 없는 명분도 생긴 셈이다.
지금 조중동 등 대다수 언론에서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이유가 윤석열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프레임이다.
8.
내년 1월에는 검찰의 정기인사가 있다.
정직 상태에 놓인 검찰총장은 공식적 혹은 비공식으로 그 인사에 힘을 발휘할 명분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매우 약해졌다.
이번 검난 사태에 동참했던 검사들을 한번 더 걸러낼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마침 이프로스에 친절하게 이름을 올린 검사들이 있으니 1월 정기 인사에 적극 반영되기를 바란다.
9.
현 시점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5:0으로 대승을 거두나 졸전 끝에 승부차기에 의해 5:4로 간신히 이기나 이긴 것은 이긴 것이다. 시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패배의식을 갖지 말자. 이게 가장 중요하다.
둘째 추미애 장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하라는 등) 강도 높은 정치적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내부에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면 세작이다. 추미애는 이유를 불문하고 우리가 지켜 주어야 한다.
10.
세째 2017년 박근혜 탄핵이 인용된 것은 국민 여론과 언론들까지 압도적으로 찬성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언론이 압도적으로 윤석열을 편들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가 원하는 압도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검찰-언론-사법부의 강력한 카르텔은 반드시 개혁을 해야한다.
11.
7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뿌리내린 거악을 한번에 무너뜨리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지치지 말고 서둘지 말고 '하나하나, 따박따박 가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힘내자! 동지들이여!
아직 검난섬멸전(檢亂殲滅戰)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 정직2개월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한마디로, 징계위원들의 판단력에 실망스럽다.
우리는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양반들의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관용적이었다. 중인 이하 민중의 자그마한 실수는 절대로 관용하지 않고 엄벌에 처했다.
오늘날도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매우 관용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 특히 관직이 높거나 부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아직도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언론을 통해 알게 된 것이지만, 보름쯤 굶다가 계란 한 판 훔친 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는 1년6개월 징역에 처하면서, 조세포탈 범죄를 저지른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에겐 일당 5억원의 황제노역에 처하는 등 부자들에겐 한 없이 관대한 처벌을 내린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나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을 보라. 지위가 높을수록 부자일수록 엄격한 처벌을 내린다. 논문 한 문단 표절했어도 모든 공적 지위를 박탈하고 벌금을 때린다.
2011년이었다. 독일의 총망받던 젊은 정치인이자 최연소 연방국방부 장관 구텐베르크(Karl-Theodor zu Guttenberg, 1971~)는 2007년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논문에서 표절이 발견되어, 모든 공직에서 퇴출되고 저작권법 위반으로 2만 유로의 벌금을 내야했다. 이처럼 지위가 높을수록 또는 부자일수록 엄격한 책임을 묻는다.
우리에게 표절 같은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범죄행위는 불문에 붙이는 실정이다.
이번에 징계심의위원회가 내린 윤석열에 대한 2개월 정직처분은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어처구니없는 징계다. 더욱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윤석열 소식을 듣고, 이번 징계는 뭔가 잘못 되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훨씬 더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